엊그제 신년모임엔 30대 부모가 꽤 많았다. 카페에서 뒤풀이할 땐 많은 엄마가 어린 자녀를 데리고 왔다. 시끌벅적했다. 그 와중에도 서로 뒤질세라 자식 자랑을 늘어놨다. 유아체능단 얘기도 툭 나왔다.
“애를 거기에 보냈더니 잔병치레가 없어졌다.” “우리 애는 키가 쑥쑥 컸다.”

걱정과 비난도 있었다. “우리 애는 뭐든 꼴찌라며 또래들이 놀려대서 기가 팍 죽었어.” “옆집 애는 스트레스를 받아 틱이 생겼대.”

이쯤 되자 애 엄마들이 다그치듯 내게 물었다. “유아체능단에 보내야 해요, 말아야 해요?”

유아기엔 신체기관이 성인의 90%까지 발달한다. 발육이 왕성한 만큼 신체활동 욕구도 크다. 그래서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한다. 자꾸 집 밖으로 나가려 들고 맘껏 뛰놀고 싶어 한다. 몸과 마음이 온전히 성장하려는 본능 때문이다. 대뇌 신경계가 가장 빨리 발달하는 것도 바로 이때다.

팔다리를 함께 쓰는 협응성 활동은 뇌기능 향상에도 이롭다. 또 이 시기엔 또래와 어울리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때의 경험은 사회성 형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

난 언제든 또 누구에게든 이렇게 말한다. “엄마 아빠가 함께 운동하세요. 유아기 자녀가 있을 땐 더 열심히….” 가족끼리 운동하면 가정이 화목해진다. 유년시절 부모랑 즐겁게 뛰놀던 추억은 행복한 인생을 꽃피우는 토양이 된다.

부모들이 예체능단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나는 “왜 보내고 싶냐”고 되묻는다. 그들의 대답은 대개 이렇다. “애가 너무 골골해서요.” “운동이 두뇌 계발에 좋대요.” “친구들이 죄다 거길 다녀요.”

요즘 입소문 난 체능단에 들어가는 게 대학 입시보다 힘들다는 뉴스를 봤다. 막상 예체능단에 보내고서 실망하는 부모도 많다. 강사가 너무 거칠게 가르치거나 프로그램이 비체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이가 오히려 건강을 더 잃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내 생각은 이렇다. 부모가 하루 1시간씩이라도 자녀랑 즐겁게 운동하라. 그렇다면 굳이 체능단에 보낼 필요가 없다. 만약 놀아줄 시간이 없거나 전문적인 교육을 원한다면 좋은 체능단을 고르라. 세 가지 선별기준이 있다.

첫째, 아이랑 잘 소통하는 인성을 갖춘 지도자가 있는가.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의 마음부터 얻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과정이 적절한가. 적당한 운동은 발육을 돕지만 과한 운동은 해가 된다. 교과 내용이 개인별로 편성돼야 하는 이유다. 셋째, 세 박자 유아교육을 실현하는가. 세 박자는 몸공부, 마음공부, 머리공부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어디 체능단뿐일까. 어느 유아교육 기관이든 세 박자로 가르쳐야 한다. 따로따로 가르치는 곳보다 융합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 운 좋게 신체 활동을 통해 인성을 가르치고 창의성 계발을 돕는 체능단을 찾았다면 얼른 보내야 한다. 이런 곳에서 유아들은 서로 협동하고 공감하며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건강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훌륭한 리더의 덕목을 쌓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한 곳을 보거나 듣질 못했다. ‘명품’ 체능단은 ‘질서와 안전’을 이유로 유아를 윽박지르지 않는다. 서로 경쟁시켜 상처를 주지도 않는다. 유아의 개인별 능력과 성향을 진단하고 분석해 맞춤형 교육을 한다. 지도자들은 실기 강사가 아니라 유아교육자이다. 그리곤 세 박자 유아교육에 대해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 아이들의 엄마 마음, 아빠 마음을 헤아리면서.

부산교육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