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을 빗댄 수식어는 참 많다. ‘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란 말도 그 중 하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통용된다. 이전에 비해 달라진 게 있다면 소통 방식 정도다. 대중 앞에서 사자후를 터뜨리던 게 과거 연설의 전형적 모습이었다면 첨단 매체가 발달한 요즘에는 논리정연한 말솜씨가 더 설득력을 갖는다.

연설환경의 변화야 어떻든 정치인은 말을 떠나 살 수가 없다. 이러다 보니 다듬어지지 않은 화법 때문에 세간의 비웃음을 불러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류여해 전 최고위원 간 ‘유치한 말다툼’이 유권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홍 대표가 사이가 좋지 않던 류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주막집 주모’란 표현을 쓰자 반대 쪽에선 “낮술 드셨나”라는 응답이 돌아왔다. 신경전은 급기야 “주막집 주모가 먼저 손을 잡았다” “영감탱이가 손을 주물럭거렸다”는 민망한 설전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국내 정치인들의 이런 수사법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견주면 양반 축에 속한다. 그는 대선 기간뿐 아니라 대통령이 된 후에도 이런저런 막말과 비속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유세 중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남성 성기를 뜻하는 은어를 섞어 “×됐다”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기자회견 때 여성 나이 35세는 ‘체크아웃 타임(퇴물)’이란 발언을 해 여성계의 반발을 샀다.

입이 가볍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대형 사고를 저질렀다. 그는 얼마 전 이민 문제를 언급하던 중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를 겨냥해 ‘Shithol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국내외 언론들이 이를 ‘거지 소굴’ ‘쓰레기 국가’ 등으로 점잖게 번역했지만 사실 이 단어는 공개 석상에서 나오기 힘든 비속어다. 유엔 인권기구(UNHCHR)가 즉각 “수치스러운 일이며, 인종차별적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놓을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전 세계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할 때마다 어떻게 통·번역을 할까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부적절한 표현과 비속어가 너무 많아 이를 자국민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가 없어서다. 누군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어 선택에는 고도의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선을 한참 넘어섰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신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격언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터인데 말이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