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공동모금은 1998년 7월 ‘사회복지공동모금법’이 시행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제도다. 당시 이 법은 ‘사회복지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공동 모금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용함으로써 사회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그 이후 법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으로 바뀌었으며 법의 목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공동모금을 통해 국민이 사회복지를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함과 아울러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관리·운용함으로써 사회복지증진에 이바지한다’로 변경됐다.
사실 관련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주관으로 공무원과 통·반장이 직접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했다. 부산시의 경우 시에서 목표액 설정을 포함한 모금 계획을 수립해 구·군별로 목표를 배정했다. 그러면 구·군에서는 읍·면·동별, 읍·면·동에서는 통별, 통에서는 반별 배정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모금이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비록 자발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항상 목표액을 초과해 달성했다. 당시 모금업무를 담당했던 필자는 사랑의 온도를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으로 따지면 평균 120도는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민의 자발적인 성금모금제도가 시작된 지도 벌써 20년을 맞았다. 그런데 올해 캠페인 종료를 불과 며칠 앞두고 ‘사랑의 온도탑 100도 달성 비상’이라는 신문기사를 접하면서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난 22일 기준 부산의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84.3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말인 캠페인 종료일을 열흘 앞두고 90도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경우는 이례적인 데다 심지어 사랑의 온도 사상 처음으로 100도 달성이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이영학 사건 등 복지 재정의 부적정한 사용으로 ‘기부 포비아’ 현상이 심각하고 지역 전략산업의 침체 등으로 기업의 기부 심리가 크게 위축돼 사랑의 온도가 더디게 올라가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산지역의 경우 개인 기부자가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시민의 나눔 온기가 식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의 온도는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관리하지만 온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공직자의 솔선 참여 등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부산시에서는 1주일 남짓 남은 기간 비록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공직자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주관 부서인 다복동추진단을 포함한 사회복지국 소속 공무원의 참여를 기점으로 릴레이 형태로 자율 참여를 유도해 기부 문화를 확산하고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랑의 공동모금 재원은 설 명절 위로금, 겨울철 난방 등 어려운 계층의 기초적인 생활 지원에 사용된다. 물론 이웃이 이웃을 직접 돕는 방법도 있지만 부산의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하면 공동모금으로 사랑의 온도를 올려 어려운 이웃에게 골고루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또한 명절 인사라는 명목의 선물을 사회복지시설이나 어려운 이웃에 제공하는 계기가 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명절이 될 것이다.
부산시에서는 이웃이 이웃을 돕는 복지공동체 조성과 소외받는 이웃이 없는 ‘다 함께 행복한 동네’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다복동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웃의 사랑과 관심으로 우리 민족 고유의 설 명절을 시민 모두가 훈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자발적인 성금 모금에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를 바란다. 정이 많은 부산 시민의 기질을 감안하면 집중 모금기간의 종료시점인 1월 말까지는 충분히 100도를 훌쩍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더는 가족과 이웃의 무관심 속에서 홀로 쓸쓸히 지내는, 심지어는 죽어가는 사람이 없는 따뜻하고 건강한 부산을 기대해본다.
부산시 다복동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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