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 완전 개통을 앞둔 부산외곽순환도로에서 설계 부실로 인한 구조적 안전 문제가 또 드러났다고 한다. 지난해 말 금정나들목에서 진출입 차량 뒤엉킴과 사고 위험이 불거졌고, 올해 초 기장일광분기점에서는 짧은 진입로에 의한 역주행 사고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여기에다 대감분기점(부산·창원 방향)에서도 본지 취재진의 조사 결과, 도로 구조 탓에 대형사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니 말문이 막힌다.

대감분기점은 ‘대구~부산 방향의 중앙고속도로(시속 100㎞)’와 ‘양산 쪽에서 내려오는 중앙고속도로 지선(시속 60㎞)’이 먼저 만나고, 곧이어 부산외곽순환도로 진입로(램프)와 합쳐지는 곳이다. 이렇게 3개 도로가 X자로 엇갈리는 형태인데, 이곳 길이는 260ｍ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각 방향의 차량들이 여기에서 뒤섞이기 일쑤인 데다, 중앙고속도로에서 부산외곽순환도로로 진입하려면 짧은 거리 안에 2개 차로를 급히 바꾸느라 곡예운전을 벌여야 할 판이다.

동네 이면도로도 아니고 고속도로를 왜 이렇게 만들어 놨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점에서 애초부터 설계가 잘못됐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현장을 둘러본 고속도로순찰대와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들이 대감분기점에서의 사고 위험성과 공사설계 부실을 지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대감분기점의 하루 예상 통행량이 모두 4만여 대인 걸 감안하면, 각종 사고가 빈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체 사업비로 2조332억 원이 투입된 부산외곽순환도로 구간에 이처럼 설계 부실 문제가 속속 불거지고 있는 만큼 감사원의 감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사과정에서 예산을 아끼려고 설계를 졸속으로 했다는 주장도 나온 마당이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설계기준에 부합하고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감사를 통해 명확히 규명하는 게 마땅하다. 고속도로 개통일에 임박해 지역 관계자들을 불러 요식적으로 진행하는 사전 안전점검 방식도 차제에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겠다. 하지만 우선은 부산외곽순환도로의 안전을 최대한 담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