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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 누구를 위한 스마트시티인가

美 라스베이거스 IT·가전쇼, 스마트시티 전시장 방불

기술·자본 중심으로 흐를땐 신자유주의 폐해만 확대…‘한국형’ ‘부산형’ 비전 만들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29 18:42:16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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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초, 세계 산업계의 이목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집중된다. 세계 최대의 국제가전·IT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때문이다. ‘CES 2018’에는 구글과 삼성전자, LG전자, 토요타, 현대, 기아차 등 세계 150개국 4000여 개의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의 전시 부스가 마련되어 첨단기술의 경연을 펼쳤다.

이번 박람회의 슬로건은 ‘스마트시티의 미래(The Future of Smart Cities)’. 주제에 맞춰 이를 현실화해 줄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5G(5세대 이동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연관 기술과 신제품이 대거 공개됐다.

‘CES 2018’은 스마트시티가 ‘가까이 온 미래’이며, AI가 핵심 키워드임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참관자들은 SNS 등을 통해 이구동성으로 ‘AI의 위력’을 전했다. ‘AI 비서’를 통해 한층 똑똑해진 자동차들은 운전자와 대화하고 정보를 나누는 단계에 도달했다. 현대자동차는 운전석을 두드리면 문이 열리는 ‘인텔리전트 콕핏’을 선보였고, 토요타는 감성을 품은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토요타 부스에는 ‘기계를 넘어, 파트너’라는 슬로건이 붙었다. 삼성전자는 ‘삼성 시티’를 AI 플랫폼에 연결한 청사진을 제시했고, 플랫폼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은 AI 생태계 장악을 위한 스마트 전략을 선보였다.

이번 박람회는 스마트시티의 함정도 노출했다. 지난 10일 오전 메인 행사장의 전기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일부 전시장이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전이 되자 전시된 신제품과 네트워크가 한순간에 먹통이 되어 버렸고, 참가자들은 졸지에 ‘스마트 암전’을 경험했다는 것. 통신 과부하로 기기 연동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스마트시티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 아무리 촘촘히 연결하고 정교하게 설계해도 인간과 기술의 만남은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결정적 순간에 전원이 끊기거나 AI가 오작동을 일으킬 경우 벌어질 재앙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CES 2018’이 보여주듯이, 스마트시티는 글로벌 기업들과 거대 자본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 인간 삶의 편리와 행복을 내세우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술과 자본의 증식을 노린다.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수레바퀴가 기업의 욕망과 이윤 확대를 위해 굴러갈 경우 인간적 삶과 공동체적 비전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잘못하면 가진 자 중심의 신자유주의 폐해가 확대될 수도 있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 보면, 스마트시티는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무슨 플랫폼이니 실증단지니 해서 추진된 사업들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가? 통신 대기업이 얄팍한 AI기술을 앞세워 자사 상품만 팔려고 한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올 초 부산시가 만든 ‘부산 빅데이터 포털’은 공공 빅데이터의 공유·활용이라는 대의에도 불구하고 실용성·유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도가 다음카카오와 공동으로 만들어 공개한 ‘제주 데이터 허브’와 너무 비교된다. 부산시의 스마트시티 정책에 대한 총체적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시티가 가는 방향성과 로드맵인데, 이게 보이질 않는다.

지난 17일 열린 ‘스마트시티 부산포럼’의 세미나는 스마트시티의 방향성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인공지능시대 인간의 길’이란 주제로 발표를 한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구본권 박사는 “디지털 시대 모든 지식은 유효기간을 지닌 가변적 지식”이라면서, 호기심을 키우는 교육, 질문하는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스마트시티가 지향하고 연구해야 할 이슈는 이런 것이다. 산업계에서 논의하는 기술과 실용성에 매몰될 게 아니라, 교육환경 개선과 스마트 시민 양성, 평생교육 확대, 분권·자치 촉진 등 소프트 혁신 과제에 눈을 돌려 ‘스마트 공동체’를 위한 디딤돌을 놓을 때라는 얘기다. 중국에서는 스마트시티를 ‘지혜성시(智慧城市)’라 부른다. 이에 맞춤한 한국어는 아직 없다. 그 이름이 ‘똑똑한 도시’든, ‘홍익도시(弘益都市)’든 한국형 또는 부산형 스마트시티를 만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29일 부산 에코델타시티(219만㎡)를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로 선정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를 계기로 시민 체감의 ‘부산형 스마트시티’ 논의가 시작됐으면 한다.

기술은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 수도 있고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 선택은 인간에게 달렸다.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데이터가 소수에게 집중되면 인간은 계급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다른 종(species)으로 나뉠 것이다”면서 “AI를 잘못 이용하면 인류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까이 다가온’ 스마트시티가 도시의 지혜를 시험하고 있다.

칼럼니스트·스토리랩 수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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