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치자면 서병수 부산시장이 ‘원조’에 가깝다. 서 시장은 당선인 신분이던 2014년 6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정의 우선순위를 묻자 주저 없이 “일자리”라고 답했다. 그는 “일자리는 나의 시작이자 끝이다. 내가 구상하는 일자리는 그동안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만든 것과는 다르다.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끊임없이, 꾸준히 조성하겠다. 무엇보다 글로벌 대기업을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했다.
서 시장은 그해 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2급인 본부장이 이끄는 일자리경제본부를 신설하고, 그 아래 일자리창출과도 별도로 만들었다. 일자리경제본부는 막강한 조직을 토대로, 일자리 창출 관련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주요 정책만 보더라도 ▷부산 일자리 르네상스 프로젝트 ▷정책과 현장이 결합된 생생 일자리 토크 365 ▷1기업 1공무원 일자리소통관제 ▷청년일자리 복합문화공간 청년두드림 센터 운영 ▷부산청년일자리 해커튼 대회 개최 ▷해외 잡 챌린지 1000프로젝트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와 함께 전략산업 및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 국내외 우수기업 유치, 지속적인 산업단지 조성 등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정책도 병행해 추진했다. 이는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시 일자리경제본부는 얼마 전 ‘2017년도 성과’를 통해 한 해 동안 좋은 일자리만 5만2000여 개를 창출해 목표(5만 개) 대비 105.3%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만들어진 전체 일자리는 20만5000여 개로 역시 목표(19만여 개)를 초과했다. 아직 6개월의 임기가 남아 있지만 재임 4년 동안 20만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서 시장의 공약은 수치상 무난히 달성된 것이다.
특히 일자리경제본부는 이곳을 거쳐간 주요 간부들이 인사에서 잇따라 영전하면서 ‘출세’ 코스로 떠올랐다. 그런 일자리경제본부 직원들이 괴로운 날이 있다. 매달 15일을 전후해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통계청의 ‘고용동향’ 발표 날이다. 통계청 고용지표를 보면 일자리경제본부의 성과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전국 최하위권인 고용 지표는 서 시장 취임 전이나 이후나 별로 개선된 게 없다. 오히려 일부는 뒷걸음질 칠 정도다. 지난해 12월 고용동향을 보더라도 청년실업률이 11.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니 일자리경제본부 관계자들은 죽을 맛이다. 시는 통계청의 조사 방법에 이의를 제기했다. 조사 표본 추출 등이 변화된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난 연말에는 시 일자리경제본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부산 취업자의 상당수가 인근 김해나 양산으로 이사해 부산 고용률이 낮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의 입장이 궁금했다. 동남지방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의 조사 방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청의 조사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치단체는 부산시가 유일하다”고 불쾌해했다. 그는 ‘부산에 직장을 두고 김해나 양산으로 옮긴 사람들 때문에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는 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근무지를 인근 도시에 두고 부산에 사는 시민이 더 많다”는 말로 일축했다.
부산에는 변변한 대기업이 전무하다시피하다. 그나마 과거 신발산업 쇠퇴와 제조업체의 대거 외곽 이전이 겹치면서 시작된 경기 침체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기업 유치와 그에 따른 고용 증대 등 정책 효과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조선과 자동차부품업 등 주력 업종이 고전하지만 자체적인 정책 수단도 마땅찮다. 전체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고민거리다. 일자리 관련 업무를 하는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에 이만큼이라도 노력한 덕분에 이 정도 고용이라도 유지하고 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이 설득력 있게 들릴 정도다. 그렇다고 시가 국가기관의 통계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통계청의 고용 통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시 일자리 정책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시의 통계청 고용동향 통계에 대한 반발을 보면서 혹시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을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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