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를 일군 영세 상인들이 임대료 등 비용을 견디다 못해 다른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니 걱정이 앞선다.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도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의 악순환이다. 30여 곳이던 카페나 식당이 150여 곳으로 늘어나는 동안 월세와 보증금은 1.5~3배 올랐고, 특히 권리금은 최고 8000만 원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영세 상인들로선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다.

휴일이면 인파로 가득할 만큼 인기가 많으니 임대료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점포 수는 한정되어 있고, 수요는 많으니 가격이 높아진다는 시장 논리다. 하지만 뉴욕타임스가 칭찬한 ‘전포카페거리의 지역성과 창조성’을 만든 건 무엇인지 묻고 싶다. 8할이 영세 상인들의 땀 아닌가. 그런 성과를 건물주가 독식하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처럼 작은 점포가 설 자리를 잃고 프랜차이즈 업소가 이를 대신한다면 전포카페거리는 정체성을 살리지 못한 채 평범한 카페거리가 될 수도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비단 전포카페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더 고약하다. 이미 중구 광복로와 중앙동,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등에서 영세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시가 지난해 11월 부산형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그 대책은 민관 지역상생협의체 구성 및 상생협약 체결 유도, 부산형 장기안심상가 조성, 상생거점 공간 제공, 장기저리융자 지원을 통한 소상공인 상가 매입 지원, 전담 법률지원단 운영, 젠트리피케이션 조례 제정,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연구용역 및 상가 건물 매매·임대차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구축 등을 포함한다. 당연히 시는 이 대책을 전포카페거리에서 실행해 모범 사례를 만들어 내야할 책임이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달 26일부터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낮춘 정부다. 정치권을 설득해 상가 계약갱신청구권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데 힘써야 한다. 아울러 건물주와 상인 사이의 상생 노력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