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예술관이 문을 닫았다. 지난 1월 31일, 국도예술관의 발자취를 담은 다큐멘터리 ‘라스트 씬’ 상영을 끝으로 관객들과 함께했던 10년의 세월을 마무리했다. 상영 1시간 전부터 티켓팅 줄이 길게 이어졌고 전석 매진으로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발걸음을 쉽게 돌리지 못했다.
2005년에 개관한 국도는 2006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되고 2008년 지금의 대연동으로 이전하면서 국도예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예전 국도극장의 관객이던 김형운 상영팀장, 정진아 프로그래머, 두 부산시민이 악전고투하며 건사해온 국도예술관은 어느덧 부산을 넘어 국내의 대표적인 예술영화전용 극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도예술관은 민간에서 운영해 공공의 가치를 창출한 보석 같은 극장이다. 꼼꼼한 회원관리와 프로그램 운영으로 전국의 대안극장들에게 롤 모델이 되었다. 국도를 찾아 극장운영의 자문을 얻어간 다른 지역의 극장이 한 둘이 아니다. 관객 눈높이에 맞춘 편안한 GV로 지역의 독립영화 관객층을 모아왔고, 영화마다 수작업으로 공들여 제작한 티켓과 기념품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줬다. 또한 온라인 카페를 통해 신청자를 받아 자정부터 아침까지 영화를 상영하는 올빼미상영회로 새로운 관람문화를 정착시켰으며, 독립 다큐멘터리 상영회 다큐싶다 역시 흔들림 없이 이어왔다. 이처럼 국도예술관은 프로그램과 극장 운영에 정성을 다하여 관객과 호흡하는 극장문화를 꾸준히 펼쳐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중되는 운영난으로 더는 영업이 어렵게 되었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2015년 당시 독립예술영화관들이 문화적 참극이라 부른 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편의 여파, 대기업 산하의 신생 독립예술영화전용관들의 등장으로 인한 관객 수 감소, 최근에는 건물주에게 계약만료 통보까지 받게 되면서 국도예술관은 더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국도예술관을 지킬 방안은 없을까?
서울에서는 오랫동안 전용관이 없어 어려움을 겪어 왔던 서울아트시네마가 서울시의 지원으로 전용극장을 짓게 되었고, 강릉의 독립예술극장 신영은 강릉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재개관의 토대를 마련했다. 인구 21만의 강릉에서조차 시가 앞장서서 지역의 예술영화전용관을 살렸는데 인구 350만의 부산이 국도예술관 하나 살리지 못한다면 이는 부산시민의 자존심을 꺾는 일이다.
부산시는 부산 시민들의 자부심에 더는 흠이 가지 않도록 조속히 국도예술관의 회생을 위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새롭게 구성된 영화진흥위원회도 국도예술관의 재개관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적시에 내놓아 주기를 기대한다. 시민의 염원을 저버리지 않는 행정과 구체적인 노력을 보여줄 때이다. 부산시가 영화진흥위원회와 협력해 방안을 마련하고 부산의 문화를 아끼는 기업들이 참여해 힘을 싣는다면 국도예술관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0여 년간 국도예술관을 운영한 김형운 팀장, 정진아 프로그래머 이 두 사람이 국도예술관의 주체로 온전히 복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도예술관 영업종료 사태의 핵심은 악화일로를 걷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쳐가다 일을 내려놓게 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분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극장의 실무를 맡은 두 사람의 지난 10년간의 활동이 지역의 영화문화에 기여한 공공재로서 보장되는가의 문제이며 이 지점에 대한 올바른 접근으로부터 국도예술관 재개관을 둘러싼 모든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시간 동안 독립·예술영화를 보급하며 관객 커뮤니티를 일궈온 이 두 사람에게 지금껏 시달렸던 문제들로 지치지 않고 온전히 상영과 프로그램에 집중해서 관객들을 맞이할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극장서포터로 시작해 극장이 처한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해 작은 일들을 거들다 극장의 일원이 되어 지금껏 일해 왔다는 국도예술관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늘의 부산을 만든 숨겨진 이야기 중 하나다.
국도예술관은 시민들이 자생적으로 가꾸고 향유한 역사가 새겨져있는 공공재이며 사라져서는 안 될 현재의 문화유산이다. 2018년의 부산이 어떻게 국도예술관을 살려낼지 그 과정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국도의 힘은 관객이라는 국도예술관의 메시지에 관객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모퉁이극장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