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해 지금까지 경찰에서 조사 중이다. 최근 수사의 방향은 해당 병원의 말단 의료진인 전공의 간호사 그리고 주치의에게만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의료진의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될 것 같다.

이번 사건은 의료인 개인 및 단일병원의 관리과실보다는 그 밑에 도사린 더 큰 문제들을 짚어봐야 한다.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 관리문제, 우리나라 신생아중환자 진료 체계 및 의료급여정책, 정부의 중환자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계획 및 지원 부실 등이 더 중요한 원인이며,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이 만들어낸 총체적인 부실의 결과물이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이번 기회에 명확하게 제대로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할 터.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사고대책이 그러했듯이 잠깐 반짝 떠들다가 문제의 몸통은 비켜간 채, 변죽만 울리고는 곧 사그라들 것 같아 안타깝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정부는 TF를 만들어, 부랴부랴 병원감염 관련 대책 및 규제와 더불어 대규모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그 후 투자 및 지원에 대한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나 대책 없이, 규제와 조항만 만들었다는 일선 의사들의 푸념이 난무했었다. 그때 병원감염관리에 대한 정비를 제대로 했더라면 이번에 이런 안타까운 일을 예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은 순진하고 어리석은 생각일까?

중환자실의 운영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대학병원이나 사립병원들에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이다. 뜨거워서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감자가 아닌, 반드시 삼켜야만 하는 뜨거운 감자이다. 이처럼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이라면 좀 더 철저하게 대책을 세우고 분석하고 개선하여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지난 6일 이번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 감염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위한 종합토론회에서 중환자의학회의 모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환자실이 중환인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번에도 의료전달체계를 포함한 구조적인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보건복지부는 환자 사망의 보고체계와 평가 기준 등에만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 의사들은 앞으로 각종 규제만 난무할 거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현 정부가 들어서고 식품의약품 안전청장 인사가 새로 단행되었을 때, 언론들은 일제히 논공행상에 따른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였었다. 국가의 식품 및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정책 및 허가를 총괄하는 중요한 기관인 식약청의 수장에, 식약청 업무의 경험이나 관련 기관의 근무 경력이 전무한 부산지역에서 개인약국를 운영하던 개원약사를 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국립의료원장에 호남지역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모 포럼의 공동대표였던 소아과 의사를 임명하여 다시 구설에 올랐다. 식약청과 국립의료원이라는 곳의 기능은 참으로 중요하다. 단순히 하나의 종합병원, 하나의 국가부처가 아니고 한 나라의 국민건강 및 보건정책과 관련하여 그 의미는 아주 남다르다. 하지만 국가의 보건의료에서 중요한 두 기관의 장에 대한 인사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보건의료를 어떻게 생각하고 취급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하여 포퓰리즘에 치중한 듯한 느낌이며, 미래의 복지보다 더 중요한 현재의 보건의료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안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나 미국은 신생아중환자실의 수준에 따라 단계별로 세부적인 기준과 요건들을 명시하고 정부가 각 지역에 거점 중환자실을 구축하는 데 적극 관여해 지원하고 있다. 중환자 의료의 수준이 그 나라 의료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신생아중환자실의 운영 및 진료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과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게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미래로병원 소아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