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에 대해서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려운 수학 이론을 쉽게 설명해도 알쏭달쏭하게 들린다. 수년 전 개봉되어 화제를 모았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아버지가 먼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오니 어렸던 딸은 이미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광속에 가깝게 빨리 달리면 시간이 늦게 가는 상대성원리 때문이다. 그 정도로 빨리 달릴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은 영화나 상상 속에서나 이야기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일상에서 상대성원리가 있다면 놀랄 것이다.
차량의 내비게이션 장치나 휴대전화 내에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수신기가 들어 있다. GPS 수신기는 지상 2만 ㎞의 궤도에서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시간당 1만4000㎞의 속도로 돌고 있는 수십 개의 위성 중에서 직진으로 볼 수 있는 6~12개의 위성에서 전파신호를 받는다. 각 위성은 1나노초의 오차를 갖는 초정밀의 원자시계를 탑재하고 전파 발사 순간의 시간 정보를 실어 보낸다. GPS 수신기와 각 위성 간의 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수신한 신호 간의 시간 차이가 난다. 이 정보를 이용해서 각 위성과의 거리와 각도를 구하고 이로부터 현 위치를 5~10m의 오차로 수초 만에 계산해낸다.
그런데 이 계산 과정에서 상대성원리를 이용해야 한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천문학과의 리차드 포게 교수의 설명을 소개한다. 지상의 GPS 장치와 위성들은 움직이는 속도가 시속 1만4000㎞만큼 차이가 난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지구상의 GPS 장치가 볼 때 위성의 시계는 지구의 동일한 시계보다 매일 7마이크로초만큼 늦게 간다. 한편 위성은 지구에서 멀기 때문에 지상의 GPS 장치보다 지구 중력을 상당히 약하게 받는다. 중력과 시간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위성의 시간은 하루에 45마이크로초만큼 빨리 간다. 따라서 두 시간차를 합해 보면 위성의 시계는 하루에 38초만큼 빨리 간다. 상대성이론에 의한 시간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위치를 계산하면 하루에 10㎞나 오차가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위성의 시계는 일반상대성원리를 고려하여 45초만큼 늦게 가게 설계하고 지상의 GPS 장치는 특수상대성원리를 반영하여 7초만큼 빨리 간 것처럼 계산한다.
우리 일상 중에 상대성원리가 작용하는 곳은 의외로 많다. 패러데이는 실험을 통해 자석이 만든 자기장 속에 전선을 움직이면 전선 속 전자가 움직여 전류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반대로 자석을 움직이면 전선속의 전자는 움직일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는 비슷하게 움직여 전류가 생긴다. 즉 기준점을 어디에 두든 상관 없이 상대속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금은 원자핵이 무거워서 원자핵에 가까운 궤도를 도는 전자가 운동력이 커서 파장이 긴 빛을 더 많이 흡수하고 반사하여 금색을 낸다는 사실, 금이 녹슬지 않는 이유, 수은이 액체인 이유, 브라운관TV내 화면을 때리는 전자들의 상대속도를 고려한 전자방향 조절기 설계방법 등에도 상대성원리가 숨어 있다.
특수 상대성원리에 의하면 멀리 해외출장을 다녀온 남편은 출장가지 않고 여기에 계속 함께 있었던 것보다 조금 더 젊게 된다.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조금이라도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여성들은 매일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고 싶을 것이다. 지구 중력이 약해진 초고층 아파트 꼭대기에 살면 저층아파트에 사는 것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일반상대성원리를 알면 아무도 고층으로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고원지대보다 해변 또는 해저로 가려고 할 것이다. 그 차이는 너무 작아서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상대성원리는 우리 주변의 물리적 위치나 이동보다는 우리 마음속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기 싫은 일이나 공부는 시간이 늦게 가서 지루하고, 기쁘고 즐거운 것은 너무 빨리 끝난다. 세상만사는 어떤 시각,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상대성원리는 우리 주변의 물리적 위치나 이동보다는 우리 마음속에서 더 크게 작용한다. 큰 연구과제이다.
KAIST 산업및시스템 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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