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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돌봄교실의 문, 더 열렸으면 /하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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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나는 ‘멘붕’에 빠졌다. 사건의 발단은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이었다. 입학 전 아이의 방과후시간을 책임져줄 돌봄 교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었다. 맞벌이 부모를 둔 아이들은 ‘학원 뺑뺑이’가 숙명이라지만 그래도 초등 1학년 때 만큼은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으면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간식도 준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돌봄 교실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맞벌이만 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아 소득 증빙을 해야 했고, 결국 탈락했다.

당연히 될 줄 알았던 터라 입학 직전 그야말로 멘털붕괴 상태에 직면했다. 아이가 마치는 시간은 낮 12시30분 늦어도 오후 2시. 엄마가 마치는 시간은 일러야 오후 6~7시. 적어도 오후 5시까지는 아이가 어딘가에 있다가 집에 와야만 했다. 둘째를 책임지고 있는 친정엄마에게 ‘ ○○이가 낮 12시30분에 마친대’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당황하는 내 모습이 전화기 너머로도 전해진 건지 탈락소식을 전한 교사는 ‘행동지침’을 일러줬다.

“남자아이니 방과후수업이나 학원 한두 곳 가고, 태권도 도장 다녀오면 집에 가는 시간은 크게 차이 없을 거에요.”

결국 하루에 학원이든 방과후수업이든 2, 3곳은 보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때부터 학원 구하기 전쟁이 시작됐다. 학원은 또 어찌나 많은지. 몇 명 되지도 않는 아는 동네 엄마에게 모조리 연락해 보낼 만한 학원을 ‘급구’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인데, 사실 작년 3월 한 달은 일하다 말고 학교에 달려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아이가 학원 차를 놓쳐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도 하고, 엄마가 짠 학원 시간표가 허술해 중간에 시간이 ‘뻥’ 비기도 하고, 아이가 엉뚱한 곳으로 가는 바람에 찾는다고 난리를 피우기도 했다. 왜 아이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엄마들이 무더기로 사표를 쓰는지 알 것 같았다. 이때 ‘회사 때려치워야겠다’는 말을, 거짓말 조금 보태서 100번은 한 것 같다.

부모들, 특히 맞벌이하는 부모들은 아이가(저학년이면 더더욱) 학교에 오래 있길 바란다. 학교에 있는 것이 ‘학원 뺑뺑이’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돌봄 교실과 방과후수업은 이를 모두 수용하기엔 역부족이다. 돌봄 교실은 잘해봐야 한 학년에 20~30명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소득 순으로 끊다 보니 ‘돌봄 교실 = 저소득층이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도 있다. 공교육 기관에서는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내몰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은 학원이 없으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구조다. 돌봄 교실 탈락 후 학원 보내기 싫어서 아이에게 그냥 운동장에서 놀다 오라고도 해봤는데, 진짜로 같이 놀 친구가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맞벌이 엄마들 사이에선 ‘학원 선생님이랑 아이를 같이 키운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온다.
얼마 전 저출산위원회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방과후수업을 의무화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과 행정적인 어려움은 해결해야 할 숙제이지만 부모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더 어린 학생을 위한 돌봄 교실 확대를 제안한다. 무언가를 배우기에 앞서 ‘돌봄’ 속에서 놀 수 있는 ‘터’를 더 늘려달라는 의미다. 맞벌이 부모를 둔 아이의 대다수가 돌봄 교실에서 생활할 수만 있다면, 학원 뺑뺑이 문제도, 저소득층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도 사라질테니 말이다.

사회1부 차장 songya@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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