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1일은 후쿠시마원전참사 7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수습되기는커녕 아직도 진행형이다. 최근 그린피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원전에서 25㎞가량 떨어진 통제지역 나미에 마을에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결과 최대 시간당 217μSv으로 나타났다. 이는 jtbc취재진이 한국에서 측정한 0.13μSv의 1669배에 이른다고 한다(2018.3.1, jtbc).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나미에와 이타테에 대한 피난구역 지정을 해제했지만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이 지역으로 귀환한 주민 비율은 전체의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이대로라면 일본 정부의 목표는 22세기에나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100년간 사람이 거주하기 어려운 폐허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역사상 최대인 규모 9.0의 지진과 쓰나미가 토호쿠 지방을 강타했다. 실종자와 사망자를 합해 2만3500여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연합뉴스

후쿠시마원전참사는 “원자력은 싸고 안전하다”라는 말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인류사적인 비극이다. 2011년 3월 11일 원전안전에 있어서 최고 기술을 자랑하던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다. 일본인들에겐 자부심과도 같은 안전신화는 단숨에 무너져 내렸고, 전 세계인들은 문명사적인 대형 사고를 속수무책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7년이 흐른 2018년 현재, 우리 정부나 원전당국, 언론은 여전히 ‘남의 일 보듯’하고 있다. 높은 방사선이 검출된 먹거리부터 사용후핵연료폐기물문제로 시민들의 불안감은 높아가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원전 안전신화’는 굳건하다. 원전사고는 최악의 경우, 반경 250㎞까지 영향이 미친다. 우리나라 전역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땅의 원전 현실은 아슬하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천만다행으로 대형 원전사고는 겪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국민들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부가 바뀌고 탈원전에너지전환의 가능성도 보인다. 그러나 정부 들어서도 제천화재참사, 밀양화재참사 등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고의 공통 원인은 안전에 대한 과신 또는 안전불감증이다. 여기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사고를 보는 마인드의 문제이다. 필자는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구성한 ‘후쿠시마원전사고 정부조사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 등이 쓴 ‘후쿠시마원전사고 정부조사위원회 보고서 핵심해설서’ 를 2015년에 ‘안전신화의 붕괴-후쿠시마원전는 왜 일어났나(미세움)’라는 이름의 번역서를 낸 적이 있다.

이 책은 ‘후쿠시마원전사고 정부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요약해 놓았는데 특히 말미에 하타무라 교수가 개인의견서로 붙여놓은 ‘후쿠시마원전사고에 배워야 할 사고대처의 7가지 마인드’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 그것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향후 원전사고나 각종 안전사고에 대해 우리가 명심해야 할 지혜가 들어있다.

	2011년 3월 쓰나미로 폐허가 된 일본 나토리 지역에서 한 여성이 울고 있다. AP=연합뉴스

첫째, 있을 법한 일은 일어나고, 있을 수 없는 일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원전사고는 도쿄전력이 “임계사고 혹은 노심융해사고라고 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도 절대로 방사성물질을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하는 ‘5중의 벽’있다”고 공언했으나 그 ‘5중벽이 무너졌다. 일본 원자력위원회는 일본의 전기품질을 과신한 나머지 1993년 원전안전설계심사지침을 바꿔 장기간 교류동력 전원상실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 때문에 도쿄원전은 장기간 전원상실을 예상한 준비, 훈련 등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다가 대참사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는 1965년 미국의 베크박사가 과거 21년간 미국 원전 246기의 원자로 및 원전 사고기록을 분석해 발표한 논문의 결론인 ’베크의 법칙‘과 상통한다고 하겠다. 베크의 법칙은 ’원전사고의 경우 상상 가능한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고 시에는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사고는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일어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원전 내부의 인적 실수나 엄청난 자연재해나 테러 등 외부 상황에 대한 예상과 대비가 돼 있는가.

둘째,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설치허가 신청 당시 쓰나미의 예정 높이는 당시 최고치인 칠레지진쓰나미에 준한 3.1m였고, 그후 6.1m 높였다. 한편 일본 역사에서 869년의 조간쓰나미의 경우 10m가 넘는 거대 쓰나미일 가능성이 지적되었지만, 지진학자들조차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는 거대 지진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견해가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2007년 7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도쿄전력 원전전문가팀이 참가해 후쿠시마원전을 모델로 쓰나미 발생과 원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보고했는데 9m 이상의 쓰나미가 올 확률은 약 1%, 13m 이상의 대쓰나미가 올 확률이 0.1%라고 했으면서도 이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아 후쿠시마는 대참사 당했다. 그런데 인근 도호쿠전력의 오나가와원전의 경우 높이 15m의 방벽을 확보했기에 같은 지난번 쓰나미에도 원자로 3기 모두 자동정지 냉각상태로 무사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리 1호기가 건설되던 1970년대 당시는 원전부근에 지진단층이 발견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지진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과연 고리는 지진에 안전한가.

	2011년 3월 11일 대지진 여파로 폭발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3호기 건물이 무너져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로 옆 4호기 건물도 상당 부분 파손된 채 내부에서 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셋째, 모든 것은 변하므로, 변화에 유연성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그후 지진학의 발전으로 후쿠시마현의 태평양 연안 쓰나미 습격 가능성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가 늘었음에도 거기에 주목하지 않았고, 해외에서는 미국 스리마일섬원전사고나 옛 소련의 체르노빌원전사고, 프랑스 브라이에원전의 홍수로 인한 전원상실사고 등에 대해서도 그것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매뉴얼에 집착해 일상적인 사고예방만 해왔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원전에 대한 사회의 사고방식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가능한 한 모든 예상과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원전의 경우 사고 전 지진에 대한 예상과 준비는 상당히 잘 돼 있었기에 이번 사고에서 지진으로 인한 원자로 등 주요설비 손상은 없었다. 그런데 대쓰나미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수밀문(水密門)을 설치하고, 비상발전기만 있었어도 대참사는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원전은 항공기추락이나 대테러, 핵시설 공격 등으로 인한 원전시설의 피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9.11테러 이후 2002년 미해군특수부대 대원이 모의테러훈련으로 원전 침입을 시도한 결과 11개 원전 가운데 7개 원전에서 노심파괴 피해 결과를 입었다고 미 핵관리연구소가 발표했다. 재해는 예방뿐만 아니라 발생시 피해 최소화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본의 경우 ‘원전안전신화’에 도취해 원전사고 발생을 전제로 한 피해줄이기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예상과 충분한 준비를 실행하려 한다면, 비용투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다.

다섯째, 형식을 만들어 놓은 것만으로는 기능하지 않는다. 만들어놓은 구조의 목적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원전사고 당시 스피디(SPEEDI)라는 방사능측정예측장비가 있어 어떤 방향으로 방사성물질이 비산했는가 예측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는 공표되지 않아 피난에 활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SPEEDI 운용자들이 이 시스템 구축의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세월호에서 VTS의 존재처럼. 아무리 조직이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실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조직구조와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평시 업무를 능률적으로 수행하는데 유용한 수직관계조직은 비상시에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평적 조직운영의 틀을 사전에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섯째, 위험의 존재를 인정하고, 위험에 바로 맞서서 논의 가능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원래 극히 위험한 것인데도 어느새 ‘원자력은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절대안전의 신화에 빠졌다는 것이다. 위험을 ‘나쁜 것’으로 보고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위험을 위험으로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사회에서 내부고발자가 존중받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6주기인 2017년 3월 11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앞에서 반핵단체 회원들이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요구하는 차량 행진 발대식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일곱째,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중대사고였지만 그나마 최악의 사태를 막은 것은 현장 작업원들이 나름 최선을 다했기때문이라는 것이다. 하타무라 정부조사위원장의 개인 경험으로 1999년 일본의 JCO 임계사고 조사차 일본에 일본 기술자들을 인터뷰한 미국정부 조사단원으로 들은 얘기로 일본 원전기술자 가운데 한사람도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기술자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외부를 향해서 발언가능한 정부가 아니면, 원자력을 다룰 자격이 없다고 미국 기술자가 말하더라는 것이다. 이는 비단 원전 관련 기술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이 매사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행동가능한 개인을 길러내고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타무라 교수의 소감 가운데 첫째, 둘째, 셋째이야기는 사물을 보는 관점이나 사고방식에 관한 것이고, 넷째, 다섯째 것은 조직 본연의 자세에 관한 것이고, 여섯 번째는 문화 본연에 관한 것, 일곱 번째 것은 개인 본연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말이 허구였다는 사실은 후쿠시마원전참사가 증명하고 있다.

일본 원전당국은 체르노빌사고를 ‘남의 일’로 봤다. 후쿠시마사고가 발생하자 우리나라 원전 당국과 기술자 일부도 ‘우리나라와 일본은 다르다’며 ‘일본 원전관리기술이 후진적’이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체르노빌·후쿠시마사고에서 배워야 할 것은 원전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기에 ‘원전 안전신화’에서 깨어나 실질적인 사고 가능성을 예상하고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새 정부도 의지를 새롭게 하고 시민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탈핵에너지전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