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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영화 ‘더 포스트’를 보고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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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3-06 19:06:1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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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포스트’를 보았다. 메릴 스트립 출연, 조쉬 싱어 각본. 그동안 메릴 스트립의 품위 있는 연기와 소신 있는 발언에 늘 감동해왔다. 2017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이민자를 조롱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비난하고, 1년 뒤인 2018년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미투 캠페인’ 동참을 알렸던 메릴 스트립. 그런 배우가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선 지역 신문 ‘워싱턴포스트’의 캐서린 사장을 연기한다니 어찌 고민하겠는가.

영화 ‘더 포스트’처럼 시민의 알 권리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언론은 우리에게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전두환 정권의 서슬 퍼런 탄압 아래 보도지침을 거부했던 언론, 탄핵 정국과 평화로운 정권교체의 시작을 알렸던 것이 언론임을 나는 기억한다. 영화는 스크린의 경계를 넘어 한 국가의 민주화에 있어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한다. 동시에 각본가 조쉬 싱어의 시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보수적인 남성 중심 사회에서 언론사를 책임지는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와 차별, 이를 직면하는 캐릭터를 세심하게 표현해내며 언론의 다음 시선은 어디를 향해야 할지 제시하고 있다.

조쉬 싱어가 쓴 첫 번째 언론 영화 ‘스포트라이트’도 마찬가지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보스턴주에서 아동을 성추행한 가톨릭 사제와 이를 은폐하려 했던 교구를 치열하게 쫓는 ‘보스턴 글로브’지의 기자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 포스트’가 진실을 덮으려는 국가권력을 쫓는다면, ‘스포트라이트’는 불편함으로 치장된 우리들의 비열함과 외면된 진실을 끈질긴 탐사 보도로 쫓아간다. 재미있는 건 이 두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한국 종교계에서도 신부가 봉사자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있었지만, 스포트라이트와 같은 언론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자이크가 된 가해 신부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피해자. 수많은 고백을 이끈 서지현 검사에 대해서도 ‘안태근 검사 성폭행 사건’이 아닌 ‘서지현 검사 사건’으로 언론은 정의했다. 이윤택 감독 성폭행을 폭로한 극단 미인의 대표인 김수희 씨는 “그가 연극계 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다”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의 빛이 환할수록 그림자는 더 거세고 짙게 드리웠다. 수많은 피해자가 무려 10년이란 시간의 길고 긴 괴로움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국제신문은 지역신문으로서 연희단거리패의 성과에만 집중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

메릴 스트립은 지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학대를 폭로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용감무쌍한 여성들이야말로 우리의 영웅들”이라 말했지만, 나는 특정한 개인을 영웅으로 만드는 사회는 더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 생각한다. 진실을 드러내는 책임까지 피해자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는 것이고, 진실을 좇는 건 언론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기 때문이다. 국제신문은 그동안 작고, 너무 일상적인 영역이라며 얼마나 많은 폭력을 외면하고 묵인해왔는지를, 그렇게 권력에 동참하지 않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지역신문이었던 워싱턴 포스트가 뉴욕타임스와 같은 전국지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 건 서두에 꺼낸 ‘권력에 대한 구체적인 폭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언론은 정치 권력을 넘어 한국사회의 기울어진 젠더권력을 등에 업고, 자신의 사회적 명예와 권력을 이용해 일상에서의 폭력과 억압을 행하는 이들을 쫓아야 한다. 그동안 정치, 사회의 영역에서 국제신문은 서울에서 가장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지역지라 불렸지만, 감춰진 폭력과 억눌려진 고통에 지역은 없으며 우리 일상의 권력자를 쫓아 그 폭력을 폭로한다면 국제신문은 분명 삶의 중앙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말대로 우리 모두 알고 있었어. 그래서 넌 어디 있었는데? 왜 이리 오래 걸렸어?” 진실을 좇는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교회의 권위를 유지하려는 변호사가 던진 질문이자 거친 비아냥이다. 늦었다면 더욱 깊게, 외면했다면 그만큼 진실에 다가가는 저널리즘을 실현하면 된다. 필립 브룩스의 시에 기대 건투를 빈다. ‘난 언론의 더 가벼운 짐을 위해 기도하지 않고, 더 강한 등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청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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