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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숲이 검찰에 주는 교훈 /송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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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고 질겼던 혹한이 가고 어느덧 봄이 온다. 옷이 다 벗겨진 채 메말라 버린 수목들 아래에서 차디찬 바람에 불려 가는 나뭇잎과 함께 황량하고 황망하기 그지없던 숲에도 드디어 봄기운이 찾아왔다. 이제 생명의 근원인 숲의 기지개가 시작된다. 숲은 고요하면서도 경이롭다. 적어도 숲속에서만큼은 바깥 사정이 뒷전이다. 그 흔한 자동차 경적마저 효과음 수준에 불과할 만큼 숲은 정숙하다. 사색과 명상의 최적지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숲에서는 항상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문득 정신이 들어 고개를 돌리면 숲의 경이로움에 압도된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장대 같은 수목이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오묘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겨울 숲에는 항상 대나무와 소나무가 있었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겨울 숲 취재는 난망하기 짝이 없었을 터다. 가장 먼저 찾아간 대나무 숲. 대나무는 우후죽순이라는 말부터 인간의 심성을 표현하는 올곧음, 유연함 등을 품었다. 부산 기장군 아홉산 대숲과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의 초고층 대나무는 한겨울에도 시퍼렇게 날이 선 채 꼿꼿함과 유연함의 위용을 뽐냈다. 온몸이 시릴 정도의 추위보다 눈이 시릴 만큼 영롱했던 그 기세, 대나무를 조직의 상징으로 삼은 검찰이 연상됐다. 대검찰청은 검찰의 ‘이미지’를 이렇게 소개한다. “대나무의 올곧음에서 모티브를 차용하고 직선을 병렬 배치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이 다섯 개의 대나무는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을 나타낸다.

대한민국 검사들에게 아홉산 대숲의 탐방을 추천했다. 고위간부를 비롯해 몇몇은 대숲을 다녀왔다고 했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겨울 숲속에서 사색과 명상, 반성과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권력 등 힘을 가진 자들에게는 올곧음을, 그렇지 않은 자들에게는 유연함을 가지겠다고 다짐한 검사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검찰 출신인 변호사의 탐방 후기다. “한낱 인간들이 바닥에서 허리와 목을 꺾어 죽을 바라본다고 한들, 죽의 끝을 알 수 없을 터. 하루 사이 20㎝도 자라는 대나무 앞에서 정상만 바라봤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 한없이 겸손해지자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고 했다.

소나무도 검찰에 던지는 메시지가 많다. 한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가지가 갈라진 채 부채 모양을 한 반송 7형제(양산 법기수원지)와 철갑옷을 두른 채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경주 삼릉 숲). 양산 법기수원지 댐 마루를 걷고 싶다면 반송의 가지 아래로 허리를 숙여야 한다. 누구든 예외가 없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지나온 반송을 뒤돌아보면 굽히기 전의 반송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삼릉 소나무는 왕릉을 4면으로 에워싼 호위무사였다. 그런데 몇 그루는 본연의 임무인 호위보다 왕에게 지나친 아첨을 떨고자 왕릉으로 허리를 너무 굽힌 나머지 인공지지대에 몸을 맡기고 애처롭게 생을 이어가고 있었다. 물론 왕릉을 권력에 비유하고, 검찰을 권력의 호위무사에 비유하는 것은 아니다. 유치하지만 왕릉은 권력의 주인인 국민이고, 검찰은 국민의 호위무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어서다.
대한민국 검찰에 격려 한 마디 덧붙인다. 나무는 겨울을 이길 때 비로소 나이테가 생긴다. 시련을 이겨야 꽃은 피는 법. 혹한을 이겨낸 숲의 봄이 기대되듯 삭풍의 시련을 이겨내고 ‘국민의 검찰’로 활짝 피기를, 이번에도 기대해 본다.

생활레저부 차장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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