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윤이상 선생이 작곡한 ‘광주여 영원히’(광주여 영원하라)의 연주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1980년 5월 대학생이었던, 온몸으로 광주를 기억하는 우리에게 그 연주는 참으로 위대한 진혼곡입니다.

광주 망월동을 순례하던 슬픔과 분노의 시간들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지나온 역사가 얼마나 비겁한지, 질곡의 페이지마다 피 냄새가 나는지 선생은 증언하고, 위로해줍니다. 그 연주를 들을 때마다 위무 받고 선생에게 감사했습니다.

‘광주여 영원히’는 1981년 작곡된 윤이상 선생의 교향시입니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 소식을 접한 독일의 윤이상 선생이 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며 작곡했습니다. 윤 선생의 대표작의 하나인 이 교향시는 1981년 5월 8일 독일 쾰른에서 와카스기 히로시 지휘로 쾰른 서부독일방송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초연됐다고 합니다. 1981년 당시 한국에서 ‘5월 광주’는 ‘금기어’였습니다.

하지만 조국의 비극을 전해들은 윤이상 선생은 광주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펜을 들고 오선지를 채워나갔습니다. 그건 군사정권에 대한 분노였고, 분노보다 용기 있는 애국심이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연주 시간이 전체 20여 분에 이르는 이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개최된 ‘윤이상 음악제’에서 지휘자 임원식에 의해 초연됐습니다. 국내에 소개되는 데 1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선생의 진혼곡은 광주에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를 살아가던 우리에게도 선물이었습니다. 그건 세계적인 거장 피카소가 조국 스페인에서 자행된 참사를 기록한 작품 ‘게르니카의 비극’에 견줄 수 있는 애국심일 것입니다.

당신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작곡가 윤이상 선생(1917~1995)의 유해가 생전에 그렇게 그리워하던 통영에 이미 도착해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에 잠들어 있던 선생의 유해는 지난달 25일 고향인 통영으로 돌아왔습니다.

선생의 유해는 ‘통영 바다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에 묻히고 싶다’던 생전의 간절함처럼 ‘2018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일인 오는 30일 통영국제음악당 인근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안장될 것입니다. 생전에도, 독일에서 타계 후에도 선생은 사무치도록 그리워했던 고향 바다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망향의 그 세월이 무려 49년이라고 합니다. 이국의 고혼이 되고 23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통영국제음악제 시작과 인연이 되었습니다. 대단한 인연이 아니라 관객으로서의 인연입니다. 첫 출발의 자리, 선생의 이름을 듣고 통영으로 달려가 관객으로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통영이 만드는 ‘음악의 바다’에서 행복했습니다. 윤이상의 이름만을 듣고 세계의 음악가들이 통영으로 달려왔습니다. 21세기 음악이 만드는 바다는 평화의 바다였습니다.

‘윤이상 기념관’이 만들어지면서 축시를 청탁받고 썼습니다. ‘이 집에 윤이상 선생이 살고 있다’는 제목의 그 시는 지금도 윤이상 기념관 1층 벽을 지키고 있습니다. ‘집은 돌아오는 곳이다, 배를 타고/지구 반대편까지 떠났다 돌아오고/죽어서도 돌아오는 곳이 집이다/통영시 도천동 선생의 옛집자리에/새로 지은 음악가 윤이상의 집/1917년 출생 1995년 사망/통영에서 평양으로 베를린으로/평화의 유목민으로 떠돌던 생몰연대가/마침내 이 집으로 돌아오셨다’고 시작하는 졸시입니다.

하지만 선생은 참 오랫동안 통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안타까운 일이었는데 마침내 선생이 돌아왔습니다. 정현종 시인이 이미 말하지 않았습니까. 사람이 온다는 것이 위대한 것은 ‘한 사람의 일생’이 함께 오기 때문이라고.윤 선생의 묘소 이장식은 오는 30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에 맞춰 이뤄집니다. 통영시 큰발개1길 38, 선생의 묘소 자리입니다. 오는 30일부터 4월8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과 통영시 일원에서 ‘2018 통영국제음악제’가 펼쳐집니다.

올해 주제는 ‘귀향’(Returning Home)입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이번 음악제 개막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독일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윤이상이 1981년 작곡한 ‘광주여 영원히’와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연주한다고 합니다. 전 이미 개막공연 입장권을 구입해 놓았습니다.

‘어제의 집이 있어 오늘의 집이 있듯/오늘의 집이 있어 내일의 집이 있을 것이니/여기 영원히 살아있을 윤이상의 집이 있다/이 집에 20세기 최고의 음악가/윤이상 선생이 살고 있다’ 앞에 소개한 시, 끝부분입니다.

그 집, 그 연주장에 당신도 앉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인·경남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