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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끝나지 않은 부마항쟁 /이준영

  • 국제신문
  • 사회1부 기자 ljy@kookje.co.kr
  •  |  입력 : 2018-03-11 19:16:03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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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혹시’했지만 ‘역시’로 끝났네요.”

지난달 23일 열린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결과 보고회’에서 부산의 한 민주단체 인사는 보고서를 본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혹시’는 부마항쟁의 진실이 제대로 규명돼 관련자들의 명예가 회복될까 하는 기대였다. ‘역시’는 예상대로 그 기대가 무너진 것을 의미한다. 이날 보고회를 지배한 단어는 ‘엉터리 부실 보고서’ ‘F학점 보고서’였다.

예견된 일이었다.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부마진상규명위)’는 태생부터 한계를 갖고 있었다. 2014년 10월 박근혜 정부 하에서 출범한 부마진상규명위는 친박 인사나 뉴라이트 계열 교수들로 꾸려졌다. 유신체제에 항거하며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이들이 평가하는 것은 목적이나 수단이 일치하지 않아 성공이 불가능함을 뜻하는 고사성어 ‘연목구어(緣木求魚)’를 떠올리게 한다. 사건 발생 35년 만에 재조명에 나서기로 한 국가 차원의 활동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다.

자연히 보고서는 방향을 잃었다. 보고서 내용과 다르게 진술한 관련자들의 증언은 차고 넘쳤다. 부마항쟁의 진상을 정확히 규명하자고 만든 보고서가 되레 진실을 헷갈리게 만든 것이다. 학생들의 민주선언문 제작 배포 행위를 범죄사실로 표현한 정부기관 문서를 보고서는 그대로 인용했다. 사료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부마항쟁을 벌인 주체는 사라지고 진압자의 논리만 덧붙여 항쟁을 재구성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부마항쟁 당시의 상황과 배경 등을 알 수 있는 육군 군사연구소 등의 자료는 끝내 확보되지 않았다. 보고서가 새로 밝혀냈다고 하는 성과 자료 대다수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에 확보된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진상을 밝힐 자료가 없으니 결국 부실 보고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 보고서는 우리나라 민주화운동 역사에서 중차대한 의미를 가진다. 유신체제 종말을 이끌어낸 역사적 사건임에도 항쟁기간이 짧고 군부독재가 뒤이어 출범했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부마항쟁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다음 달 12일 최종 보고서로 채택되면 되돌릴 수 없다. 남은 것은 부마진상규명위의 의지다. 지난 보고회에서 나온 비판을 받아들여 최대한의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에서 왜 시민들이 그토록 분노했는지 밝혀내야 할 책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회1부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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