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대한민국서 병원을 경영한다는 것 /박원욱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입력 : 2018-03-18 19: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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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교수와 공직생활을 거쳐 7년 전에 병원을 개원했다. 환자들 치료에 따른 스트레스는 외과의사로서 당연하지만 병원을 경영하면서 외부적인 상황 때문에 힘 빠지는 일이 너무 많았다.

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설립된 2000년부터 12년간 척추 분과 비상근 심사위원으로 척추 치료에 대한 심사를 맡았다. 불필요한 치료를 한 병원의 진료비를 심사 조정(삭감)함으로써 더는 그런 치료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했다. 당시 심사평가원은 의료를 정화하는 순수한 기관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심사평가원은 삭감을 위한 기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이국종 교수가 자신은 연 10억 원 적자를 내는 원흉이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외국의 많은 자료와 논문을 근거로 치료를 했는데도 과잉 진료라고 하여 병원에 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2017년 경기지역 내 중증외상센터들은 연평균 44억 원, 환자당 251만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대형병원이 중증 외상 환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삭감’이라는 것은 심사평가원이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 치료를 한 경우 병원이 환자로부터 받은 치료비를 환수하고 의료보험공단에서 병원으로 지급할 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 기준에 대한 의료계에 불만도 많지만 이 기준을 항상 새로 만드는 것이 병원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심사평가원의 기획심사라는 제도는 각 병·의원에서 많이 시행되는 검사나 치료를 조사하여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면 삭감하는 것이다. 이를 의료기관에 미리 알려주면 준비를 할 텐데, 삭감되고 나서 병원이 그 기준을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든 병원이 삭감된 진료를 그만두면, 심사평가원은 자신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인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삭감을 시도한다. 이 기준 역시 미리 고지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심사평가원이 지원의 삭감률을 비교하여 등수를 매긴다는 것이다. 필자가 위원으로 있을 당시는 그랬다. 즉 삭감을 많이 하는 지원일수록 보건복지부 입장에서는 일을 잘한다는 것으로 여기므로 심사평가원은 삭감할 거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삼성화재의 일 년 순수익이 8400억 원인데, 우리나라 전체 병원의 일 년 총수익은 모두 합쳐도 5000억 원이 되지 않는다. 평균 수익률은 1.3% 정도이다. 2016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5년 동안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에게 2200억 원의 성과급이 지급되었다고 밝혔다. 국민이 낸 의료보험료로 운영되는 심사평가원이 직원 포상 용도로 2014년부터 3년간 정부 규정의 3배에 달하는 15억 원의 상품권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기관이 낸 적립금을 중재사건이 아닌 일반 손해배상 판결에 아무 한계 없이 전액 지급하는 의료분쟁조정 중재원, 사망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대학병원에서도 환자 안전사고 시 인증 취소한다는 의료법 개정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연명치료법 의사 처벌 규정, 의사가 오진해서 치료비가 더 들어갔다고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의료보험 공단,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오는 복지부의 의료기관 실사 등으로 의료기관은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간호등급제와 간호간병통합제 때문에 간호사를 구할 수가 없어 병동을 닫아야 하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최저 시급의 급격한 인상으로 수익이 없어져 버린 병원들, 선택 진료 보상금은 그림의 떡인 중소병원들, 1.7% 의료수가 인상도 많이 올려준 것이라는 정부, 개인 회생 신청의 40%가 의사라는 보도, 의료계 비난 일색의 의료 관련 기사 댓글들이 환자 진료에 맥을 빠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