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의 산후조리원 세 곳에서 한 달 새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로 인한 호흡기 감염증이 집단 발생하여 70명에 가까운 신생아가 감염되는 일이 있었다. 이 바이러스는 늦가을에서 초봄까지 영·유아에게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 병원체로 분류된다. 흔한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산후조리원이라는 특정 장소에서,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감염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므로 원인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보아야 한다.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감염병이 집단 발생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산모는 여전히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 출산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모의 59.8%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고, 첫째 아이인 경우 이용률은 74.8%에 이른다. 14일 평균 이용료가 196만 원에 이르고, 신생아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산모들에게는 꼭 필요한 서비스인 것이다. 출산 후 자신의 몸을 회복하는 기간임과 동시에 육아가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산모가 혼자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까지 하며 지내기는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산모와 신생아 수십 명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산후조리원이라는 공간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첫째 아이인 경우 75%에 육박하는 산후조리원 이용률이 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여러 사정을 이미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감염병은 그 사회의 취약한 고리를 끊고 표출되는 결과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임신·출산·육아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고리이다. 이번 산후조리원 신생아 집단 감염을 계기로 임신·출산·육아라는 취약한 고리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산후조리 시기를 산모와 신생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기간으로 만들기 위해 개선해야 할 것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많은 감염병은 사람 간 접촉 빈도에 비례하여 발생한다. 따라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감염병 전파가 쉽게 일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이 더 강조된다. 더욱이 산후조리원은 산모와 신생아 수십 명이 24시간 같이 생활하는 곳이므로 위생관리가 더 철저해야 한다. 따라서 산후조리원 감염관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산후조리원에서 집단 발생하는 감염병의 양상을 보면 외부에서 병원체가 유입되어 신생아에 감염되고 종사자의 손을 통해 신생아 간에 전파된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서는 외부인의 면회를 제한하고 신생아를 돌볼 때 손 씻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대문에 금줄을 걸어두고 외부인의 출입을 금했던 옛사람들의 지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산후조리원은 병원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손 씻기가 준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후조리원은 병원은 아니지만 신생아 이삼십 명이 한 공간에 있고, 한 명의 종사자가 돌보는 신생아가 병원보다 많다는 점에서 감염병이 전파되기에는 병원보다 더 취약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고민해 본다면 임신·출산·육아를 개인이나 가족이 아닌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남편의 출산휴가는 5일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회사 눈치 보느라 다 챙겨 쓰지 못하며, 육아휴직을 쓰는 남편은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드문 일이다. 일-가정 양립이나 여성의 경력단절까지 논의를 확장하지 않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임신 출산 육아는 여성만의 또는 가족의 일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산후조리는 1990년대 말 이후 창업 붐을 타고 완전히 시장에 내맡겨져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인건비를 최대한 아끼고 단가를 절감하려다 보니 신생아 집단 감염의 불씨가 산재해 있게 된 것이다.
최근의 공공산후조리원 확산 움직임이나 공공 영역에서의 산후도우미 지원 확대는 적어도 산후조리가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바람직한 변화이다. 다만 이러한 공공 영역의 산후조리 지원이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감염관리가 반드시 동반되어야만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의 첫 시작인 산후조리가 행복한 일이 되기 위해서는 말이다.
부산대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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