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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선거구 획정, 그들만의 리그 /김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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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의 6·13지방선거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이 한바탕 폭풍 끝에 지난 20일 마무리됐다. 경남도가 도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존중해달라며 재의 요구까지 했지만 도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자유한국당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한국당이 원하는 획정안이 확정됐다.

애초 도 선거구획정위는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도의 취지를 살려 4인 선거구 14곳, 3인 선거구 32곳, 2인 선거구 38곳으로 획정안을 만들었지만 한국당은 수정안을 내면서 4인 선거구 4곳, 3인 선거구 28곳으로 줄였다. 그 대신 2인 선거구를 64곳으로 늘렸다.

2인 선거구가 많으면 거대 정당이 유리하고 4인 선거구가 늘면 소수 정당이 의회에 진입할 길이 넓어진다. 한국당이 기를 쓰고 4인 선거구를 줄이고 2인 선거구를 늘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지고 보면 경남에서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은 진통의 연속이었다. 내용은 언제나 비슷했다. 4인 선거구를 늘리려는 소수 정당과 반대하는 한국당의 대립이었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사상 초유의 ‘버스 안 날치기’가 이뤄졌다. 당시 선거구획정위가 4인 선거구 12곳을 만들었지만 도의회에서 3곳으로 줄였다. 2010년에도 획정위의 안에 손질이 가해졌고 2014년에는 획정안 자체를 결정하지 못해 중앙선관위원회가 규칙으로 확정했다. 이번에도 철야농성에 이어 재의 요구까지 엄청난 진통을 겪었다. 그 결과 ‘절차적 민주주의’에서 ‘다수의 힘’이 얼마나 큰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선거구획정은 경남만 들여다보면 한국당 대 비한국당의 구도다. 하지만 전국으로 확대하면 거대 정당 대 소수 정당의 구도가 된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다.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곳이 서울이다. 지난 20일 서울시의회에서 선거구획정안이 통과됐다. 애초 서울시 선거구획정위는 4인 선거구를 늘리는 방향으로 초안을 내놨지만 다수의 힘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4인 선거구가 한 곳도 없는 최종안을 통과시켰다.

전국적으로 기초의원 선거구획정 갈등이 불거지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에 앞서 ‘절차’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소수 정당과 시민단체는 끊임없이 이 부분을 요구했다. 핵심은 광역의회 대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독립적인 기관에서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명료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일인데 국회에서 거대 정당이 동의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거대 정당은 대통령을 번갈아 배출하고,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광역단체장을 거의 휩쓸고, 광역의회까지 쥐고 있다. 그런데도 마지막 기초의회 권력까지 손에서 놓을 기세가 아니다.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다. 거대 정당이 세상의 모든 목소리를 담을 수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초의회에서 다양한 민심을 전달하려면 소수 정당의 활동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선거구획정 과정을 보면서 유권자인 국민도 깨달았다.

이제 국민은 거대 정당의 양보를 기다릴 것이다. 거대 정당이 한 걸음 양보하면, 세상은 열 걸음 더 전진하고 더 다양해질 것이다.

사회2부 부장 kuki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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