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진상조사보고서 채택을 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진상규명위는 지난달 말 공개했던 보고서 초안에 대해 각계에서 진실 왜곡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자 부실 부분을 전면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초 내달 12일로 예정됐던 보고서 최종 채택 시한은 자동적으로 무산됐다. 진상규명위가 부마항쟁 실체 재조사를 주장한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뒤늦게라도 받아들였으니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4년 출범한 진상규명위가 3년간 조사 끝에 내놓은 보고서 초안은 공개 때부터 부실 논란에 휘말렸다. 부마항쟁 관련 단체들은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이 진상규명위에 대거 포함된 데다 검찰 등 권력기관들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에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유로 부마항쟁 당시 유일한 사망자로 추정되는 유치준 씨가 이번 보고서에서 공식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진상규명위는 시민단체 등의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해 향후 6개월간 그동안 조사가 부실했다고 평가받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재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부마항쟁 관련자의 추가 증언을 확보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와 함께 부마항쟁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데는 6개월이란 기간도 길지 않다는 여론이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진상규명위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법 개정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40주년이 되는 부마항쟁은 유신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일어났으며 항쟁기간이 짧고 희생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 등으로 지금까지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마침 문재인 정부는 최근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을 수록하는 등 이 민주화운동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했다. 진상규명위가 앞으로 주어진 6개월간 부마항쟁의 실체를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전하겠다는 역사적 소명 의식 아래 일해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