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미친개’ 등 원색적 단어를 써가며 경찰을 비난한 이후 양측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지난 22일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수사와 관련해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논평을 낸 게 발단이다. 그러자 이에 분노한 일선 경찰이 SNS에 항의성 인증샷을 잇따라 올렸다. 경찰 동호회 ‘폴네티앙’도 한국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후폭풍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는 김 시장 비서실장 등이 한 아파트 건설사업에 특정 레미콘업체가 선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울산경찰청이 수사에 나서면서 비롯됐다. 공교롭게도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날은 김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날이었다. 여기에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수사를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과 9월,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데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예비후보인 송철호 변호사를 두 차례나 만난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표적 수사’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의혹을 제기할 만도 하다. 비리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수상쩍은 대목이 있는 건 사실인 탓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경찰 전체를 싸잡아 ‘광견병, 미친개’ 등 거친 말로 비난한 것은 정도를 벗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혹임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막말로 갈등만 초래했으니 그 정당성마저 스스로 훼손한 꼴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경찰의 반발에 대한 한국당의 후속 태도다. 홍준표 대표까지 나서 “공당의 대변인을 핍박하는 것을 보니 경찰에 더 센 권한을 주면 국민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옹호하며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까지 거론했다.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못 할망정 입법권을 무기로 사실상 경찰 조직을 위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안의 본질을 엉뚱하게 비화시킨 한국당 지도부의 막말 릴레이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국민들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