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지진 피해는 지진 규모에 비례할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물론 지진의 규모가 클수록 피해가 커질 가능성은 높으나 지진 규모와 피해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피해의 크기는 다른 여러 요인이 중첩되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진을 연구하는 대부분 학자는 우리나라의 최대 잠재 지진규모를 6.5에서 7.0 사이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지진에 의한 피해 정도는 규모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과 진원지와의 거리가 멀수록 감소된다. 지난해 규모 5.4의 경북 포항지진은 2016년 규모 5.8의 경주지진에 비해 4분의 1의 에너지가 방출하였으나 훨씬 큰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한 이유는 진원지 깊이가 4㎞ 내외로 15~11㎞의 경주지진에 비해 얕았다는 데 있다. 진원지에서 지진파가 단단한 암반을 통해 지표로 전파되면서 지진동은 일반적으로 점점 감쇄된다. 그 때문에 이웃 일본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하여도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지진 피해 규모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기초지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앙 주변 지역에 비슷한 강도의 지진동이 발생하더라도 파괴 정도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단단한 암반지역보다 미고결 퇴적층에서 지진동은 증폭되어 커지게 되는데, 과거 호수 지역을 매립하여 건설된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가 1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지진에 의해서도 잦은 피해를 겪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지진에 의한 진동은 하천 모래층과 같이 물로 포화된 느슨한 퇴적물을 유체 상태로 바꿔버릴 수 있다. 이러한 액상화가 발생하면 지상의 구조물은 안전하게 지탱할 수 없게 되어 기울어지거나 붕괴될 수 있으며, 지하 저장탱크, 하수나 가스관로 등의 시설물이 파괴되거나 액화된 물질 속에서 부유하여 지표로 떠오르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삶터인 지하의 지반 특성을 이해하고 구조물의 건설시 이에 적합한 공법을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큰 지진 피해는 지진동에 의해 촉발된 사태에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1920년 중국 간쑤성에서 발생한 지진에 의한 토석류로 최대 2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으며 1962년 페루 네바도스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약 4000명이 매몰된 바 있다. 우리나라 도심지에는 산악지가 많다. 인구 밀집 지역 인근 급사면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은 지진에 의한 피해뿐만 아니라 장마와 같은 우기에 발생하는 사태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지진 피해를 가중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위험인자는 건축물의 내진 성능과 관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심지 내진 성능 확보 비율은 전체 건축물의 30% 내외로 대부분 건축물이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 특히 고층건물에 비해 5층 이하의 저층 건물들은 내진 기능을 거의 갖추지 않아 작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여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내진설계가 된 건물일지라도 대부분 규모 5.5 정도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으며 내진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원전의 경우에도 대부분 그 기준이 0.2g(규모 약 6.5)으로, 만약 6.5 이상의 대형 지진이 도심지 또는 위험 시설물 인근에서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렇듯 지진의 피해는 자연적인 요인과 함께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여러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웃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최대 잠재 지진 규모인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해도 대형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오랫동안 이러한 요인들을 제거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 지진 발생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기초지반 특성들을 수집하여 지역별 지진 위험도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건축물의 현 내진 성능을 정확히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중요 시설물을 중심으로 내진 성능을 향상시키는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가 지진 피해의 규모를 결정하는 여러 원인을 이해하고 이러한 원인을 제거하거나 줄이고자 할 때 피해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