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의 도전은 모든 사람이 목표의식을 갖는 세상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해 5월 하버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한 연설의 요지다. 아마 그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 가운데 하루였지 싶다. 2002년 하버드대에 입학해 2004년 중퇴한 그는 이날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연설했다. 역대 연사 가운데 최연소였다. 그는 ‘부모님은 나의 하버드대 합격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며, ‘하버드에서 최고의 순간은 아내 프리실라 챈을 만난 일’이라고 했으니 벅찬 마음을 짐작할 만하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이용한다는 페이스북의 후광이다.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북의 싹은 하버드대에서 움텄다. 2003년 만든 ‘페이스매시’ 사이트다. 여학생 사진을 여럿 올린 뒤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는 방식이었다. ‘보다 열려있고 서로 연결된 세상’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2012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을 때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1040억 달러에 달했다.

저커버그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영향력 있는 인물, 정보화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통한다. 1984년 미국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치과의사인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끼고 살았다. 하버드대에선 컴퓨터공학과 함께 심리학을 공부했다.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인 ‘해커톤’이라는 토론의 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요즘 저커버그는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 싶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 탓이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연계된 영국 데이터 회사의 이용자 정보 유출 의혹에 이어 수년 동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사용자들의 스마트폰에서 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록 등을 수집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페이스북 주가가 추락했고, 신뢰도에도 금이 갔다. 페이스북의 신뢰도가 주요 테크 기업들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과 영국 신문에 사과 광고를 냈지만 파문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미국 의회는 저커버그를 청문회에 불러 개인 정보 유출 문제를 따지기로 했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이 문제 조사에 나선다. 신뢰를 어긴 대가가 크다. 그게 세상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