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2의 도시 위상 인천에 빼앗길 듯’. 얼마 전 신문에 나온 기사 제목이다. 올 초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개장하면서 제2의 도시로 도약하려는 인천의 기세가 등등하다. 인천은 국내 최장의 인천대교와 연결된 송도 신도시, 영종과 청라 신도시 건설과 함께 서울과의 연접효과로 작년 인구 300만 돌파, 부산의 배를 넘는 경제성장률 등으로 부산을 긴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위기감까지 들게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혁신은 위기감에서 생긴다고 했던가. 부산도 제2의 도시를 고수하는 것을 넘어 동북아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갖추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부산의 자매도시인 주요 국가 제2 도시들도 모두 최대 도시나 수도와 멀리 떨어져 있고 독자적인 경제권역을 형성하고 있다. LA, 오사카, 상하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제2대 도시들은 뚜렷한 개성을 지닌 매력을 갖고 있으며, 부산 또한 서울과 대비되는 가장 개성 있고 멋진 도시이다. 인천이 우리나라의 제2의 도시가 되면 국제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사례가 될 것이다. 대부분 제2 도시는 개방적이고 활달한 기질을 가지고 독특한 분위기와 문화를 품고 있다. 부산도 해양 수도로서 다른 도시가 가지지 못한 자유분방함과 화끈한 기질이 도처에 남아 있다. 필자는 약 2년 반의 부산시 경제부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을 제2의 도시를 넘어선 위대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부산은 인접도시와 연합해 통합된 발전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울산 120만 명, 김해 55만 명, 양산 30만 명, 거제 25만 명으로 부산을 포함해 직접 접한 도시의 인구가 600만 명에 이른다. 덴마크, 노르웨이, 싱가포르 인구보다 많다. 현재도 동일 출퇴근 지역이어서 행정구역만 다르지 사실상 단일 도시이다. 이 지역 전체를 놓고 산업 배치와 교통, 복지, 문화 등 도시 행정을 해야 한다. 부산은 6·25전쟁 이후 경공업과 유통, 물류를 중심으로 갑자기 성장한 도시라서 산업과 주거배치가 무질서하고 교통 환경이 열악하다. 유일한 평지인 김해평야는 농업을 위해 아직도 개발이 묶여 있다. 미래 산업과 도시를 염두에 두고 일자리와 주거지역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부산은 오래전부터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대형 제조업 유치가 거의 불가능하다. 금융, 의료, 문화, 유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신도시형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인근 도시와 공동으로 제조업·IT 등 유망 미래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강서와 기장 등의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해 주거지역을 확대 공급하고 도시 간 연결망을 시내교통 수준으로 만들어서 도시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선거로 선출되는 시장을 제외한 시청 공무원들을 제한없이 통합적으로 인사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통합적인 도시계획과 산업 육성이 가능해지고, 양산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기업을 부산의 기업유치 실적으로 삼을 이유도 없어진다.
다음으로, 미래형 도시 산업과 주거를 조화시킬 수 있는 계획적인 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부산은 서울 다음으로 도시화의 역사가 오래되어 도시 재생과 재개발의 수요가 산적해 있다. 서울만 해도 강남 개발, 구로공단 재개발, 뉴타운 건설 등으로 오래된 도심을 급속히 개조했다. 부산에서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등 소위 ‘산만디 지역’을 비롯하여 소규모 공장이 뒤섞여 있는 도심지역을 재생시켜야 한다. 북항 재개발, 철도용지 이전으로 도심형 신도시를 만들고, 40년 이상된 건물의 재건축을 질서있게 추진해야 한다.
부산은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 도시 재생과 재개발의 수요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지역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제공, 도시미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젊고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질 높은 주거환경과 문화시설을 조성하여야 한다. 동부산, 에코델타 시티 같은 신도시 조성도 단순 주거뿐만 아니라 김해, 양산, 기장으로 산업 재배치를 고려한 복합적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산은 서울과 가장 멀리 있을 뿐만 아니라 바다를 접하고 있어 수도권과 차별적이고 개성 있는 경제권 건설이 가능한 유일한 지역이다. 해양, 항만, 수산, 조선, 자동차 부품 등 기존 먹거리 산업의 업그레이드도 해야 하지만, 미래 신성장 산업을 발굴하지 않으면 우수한 젊은 일꾼들이 모두 부산을 떠난다는 각오로 열심히 새로운 산업의 씨를 뿌려야 할 것이다. 20년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한 것처럼 앞으로 떠오를 도시형 먹거리를 부단히 찾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되는 스마트 시티, 소프트파워가 강한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과감히 실행해야 한다. 부산이 제2의 도시를 유지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대한해협을 앞에 둔 비전 있고 매력적인 활기찬 도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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