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상풍은 근육이 긴장하면서 전신에 걸쳐 통증을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이다. 가장 큰 특징은 지속적인 고통과 통제할 수 없는 근육 경련이다. 파상풍의 경련은 보통 턱 근육부터 시작해서 뻣뻣해진다는 의미로 ‘lock jaw’라고 불린다. 이는 상처 부위에서 증식한 클로스트리디움 테타니(Clostridium tetani)의 신경독소인 테타노스파스민(tetanospasmin)이라는 외독소가 신경세포에 작용하여 발병한다. 클로스트리디움 테타니는 막대모양으로 산소가 전혀 없는 조건에서만 생장하며 털복숭 편모를 갖고 있어서 활발한 운동성을 나타낸다. 특히, 세포 말단에 동그란 모양의 내생포자(endospore)를 형성한다. 클로스트리디움 테타니는 산소에 노출되면 사멸되지만 내생포자를 만들면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 인체로 내생포자가 들어가서 임상증상이 나타나기까지 3일~3주가 걸리는데 중추신경계와 가까운 부위에 감염될수록 잠복기가 짧고 중증으로 나타난다. 이 세균은 흙, 먼지나 오물, 내생포자로 오염된 식품을 섭취한 사람이나 동물의 장관에 존재한다. 주위 환경의 옷, 피부, 상처 등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이 병원체를 피하기는 좀처럼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정원을 가꾸면서 오염된 토양으로부터 파상풍이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파상풍의 전형적인 원인은 녹슨 못에 찔리는 것이다. 못의 끝부분에는 내생포자가 들러붙어 있으며, 못은 내생포자가 침투하도록 심한 조직 손상을 일으키므로 매우 위협적이다.

파상풍은 증상에 따라 국소파상풍, 뇌파상풍, 전신파상풍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 전신파상풍은 파상풍 환자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주로 가시에 찔리거나 발이 못에 찔린 경우, 문신을 한 경우, 동물이나 곤충에 물린 경우, 주사약물을 남용한 경우 일어난다. 외관상 뚜렷하지 않은 작은 상처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으며 화상을 입거나 비위생적인 수술과 같은 외과적 조작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이때 상처가 더럽고 죽은 조직 또는 공기 배출로 인해 산소가 없는 조건이 되면 파상풍을 일으킬 수 있다.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사람의 경우 작은 상처를 입었더라도 내생포자가 발아할 수 있는 혐기적 조건이 되면 파상풍을 일으킬 수 있다. 출산 시 파상풍 원인균으로 오염된 기구로 탯줄을 잘라 신생아 파상풍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경우 사망률이 90% 이상이고 생존하더라도 성장장애를 갖고 살게 된다. 파상풍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사망률은 30~50%에 이르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신생아에게서 일어난다. 파상풍은 예방접종으로 쉽게 예방되는데도 환자의 97%는 전혀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이다. 산모를 면역시킴으로써 태아는 태반을 통과한 항독소에 의하여 보호되어 신생아 파상풍을 예방한다. 주로 개발도상국의 수백만 산모에게 파상풍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탯줄을 자를 때 주의할 것 등을 교육시킨 덕분에 신생아 사망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

파상풍 독소에 의한 질환은 매우 치명적이지만 예방접종으로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2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영·유아기 면역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예방접종 일정표에 파상풍에 대한 면역접종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보통 예방접종은 생후 1년 동안에 실시한다. 유아와 어린이의 경우 파상풍 변독소와 디프테리아 변독소, 백일해 백신을 합한 백신제제 즉 DPT를 2, 4, 6, 18개월에 접종하며,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추가 접종을 실시한다.

상처가 났을 때에는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상처의 죽은 조직이나 이물질을 철저히 제거하는 등의 적절한 처리를 하여 원인균 감염을 예방한다. 그리고 파상풍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하여 원인균 독소에 대한 면역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파상풍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파상풍으로 회복한 사람도 면역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면역이 확립되면 그 이후로 10년마다 추가 예방접종을 하여 적절한 수준의 면역력을 유지해야 한다.

인제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