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정치인 기관장 등의 신상정보를 수집해온 정보경찰이 사라진다고 한다. 주요 공직자는 물론이고 민간인에 대한 사찰까지 서슴지 않았던 정보경찰의 ‘흑역사’를 감안할 때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세월호 유족 정보 비밀 수집 사건 등에서 드러났듯이 그동안 ‘국가의 안전과 사회 혼란 예방’을 빙자한 정보경찰의 민간인 사찰 폐해가 적지 않았다. 이는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들을 옥죄어 온 적폐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시민사회가 반색하고 나선 것도 수긍이 간다.

정보경찰 폐지는 경찰개혁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개혁안의 핵심이다. ‘본청과 지방청 및 일선 경찰서 정보과 폐지 및 기존 업무 축소’가 그 골자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일반국민을 상대로 한 경찰의 광범위한 사찰 활동은 사라질 전망이다. 물론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에 관한 대통령령’등 법령 개정 절차로 인해 정보과 완전 폐지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 있다. 다만 검찰과의 검경수사권 조정 갈등까지 첨예한 시기인 만큼, 조기 적용 가능한 부분부터 실행에 옮겨질 모양이다.

실제로 당장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사찰’을 전면 중단했다. 부산경찰청은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6·13지방선거 여야 정치권 동향 파악 및 정치인 일상 보고서 작성 금지’ 지시를 받고 실행에 들어갔다. 각 정당 부산시당과 선거 사무실에 대한 정보경찰의 불필요한 출입도 금지했다. 정치사찰과 민간사찰이 국민의 인권과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억압하는 대표적인 관권 폭력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기에 환영할 일이다.

경찰법 제3조에서 보듯이 경찰의 최대 임무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이다. 이를 위해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등 업무를 수행한다. 경찰의 정보수집 활동 정당성이 여기에 있다. 다만 문제는 범죄 첩보, 대테러 등을 넘어 정치 경제 노동 문화 등 전방위적 민간 사찰 정보가 권력자의 체제 강화 및 반대 세력 탄압에 악용됐고, 수집 방법도 대부분 불법적이었다는 점이다. 이왕 개혁의 칼을 뺐으니 경찰의 진정한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적어도 현대판 ‘빅 브라더’라는 오명만은 벗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