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흙집 지어라/개미가 흙 나르고/황새가 물 길으고/황소가 밟아도 따안딴/까치가 밟아도 따안딴 //두껍아 두껍아/흙집 지어라/헌 집은 무너지고/새 집은 튼튼하고/토끼가 살아도 따안딴/굼벵이가 살아도 따안딴.” 어렸을 때 논둑이나 산길을 걷다 어기적어기적 기어가는 두꺼비를 보면 부르던 노래였다.
두꺼비는 모양새도 희한하지만 걷는 폼 또한 특이하다. 울퉁불퉁 징을 박아 놓은 듯 갑옷을 입고 어기적거리며 걷는 폼이란 영락없이 고릴라가 새끼를 안고 걷는 폼이다. 어렸을 적 내 또래 아이들은 두꺼비만 만나면 신기한 동물을 만난 양 두꺼비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작대기로 두꺼비를 툭툭 치기도 하고 등살을 콕콕 찌르기도 했다. 작대기를 배 밑으로 밀어 넣고 훌떡 뒤집기도 했다. 그러면 두꺼비는 꼼짝 안하고 죽은 척 가만히 있었다. 그래도 우리 장난이 그치지 않으면 두꺼비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등살을 한껏 부풀리고 볼을 부풀려 꾸르륵거렸다. 아이들이 놀라 뒷걸음질 치면 두꺼비는 엉금엉금 기다가 기회다 싶었는지 펄쩍 뛰어 올랐다. 그러나 변변치 못한 뜀박질로는 멀리 도망가지 못했다. 사촌인 개구리에 비한다면 뜀박질 솜씨는 어린애에 불과했다. 개구리가 잘 달리는 단거리 선수라면 두꺼비는 영락없이 장거리 선수다.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산길을 끈기 있게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습이란.
두꺼비는 개성의 지네산이나 청주의 지네장터 설화에서 해마다 처녀 희생을 요구해 온 지네를 시원하게 해치우기도 하고. 날이 몹시 가물어 고통 받을 때 아이들로 하여금 오줌을 싸게 하면서 “두껍아 두껍아 안개를 토하라”고 노래를 부르게 하면 비를 내리게 해주는 영물로 취급되기도 했다. 또 장수가 전쟁터에 나갈 때는 두꺼비를 대동해 적을 물리치는 주력을 발휘했다고도 한다. 그런 두꺼비를 지금은 눈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소나기라도 올라치면 비 맞으러 나온 두꺼비를 언제라도 만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시골에서도 두꺼비를 만난다는 것은 좀처럼 운이 좋지 않고서는 어렵다. 논이나 밭에 독한 농약을 뿌리고, 습지를 개간해 농지로 만들고, 두꺼비 먹이를 죽이는 살충제를 뿌려 대니 두꺼비는 살 집도 없어지고 먹을 것도 없어져 자연스럽게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살 곳이 없어 떠돌다 죽고 먹을 것이 없어 배고파 죽어 가는 것이다.
예전 프랑스 동북부에 위치한 모젤 지방의 작은 도시 레시에서는 도로를 지나다 무참히 죽어 가는 두꺼비를 살리자는 운동이 한창이었다. 레시의 두꺼비 살리기 운동은 이랬다. “두꺼비 굴은 두꺼비도 구하고 아스팔트에 녹색의 죽 같은 두꺼비 사체가 빙판을 만들어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두꺼비 굴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서 15만 프랑이란 큰돈이 들어가도 두꺼비 굴은 매년 이삼천 마리의 두꺼비를 구하고 있다. 언젠가 찌는 여름날 레시의 주민들은 수천 마리의 두꺼비가 차들에 깔려 도로 위에 납작하게 널브러져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두꺼비들의 비참한 죽음을 본 많은 시민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서서 두꺼비 보호위원회를 구성했다. 레시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두꺼비 보호 운동은 몽생캉탱협회로, 나중에는 시청에서 적극적으로 보호에 나서게 되었다. 1984년 스위스인들의 두꺼비 보호 운동에 힘입어 라인강 상류의 크루트 빌덴슈타인의 인공 호수를 둘러싼 도로 밑에 프랑스 최초의 두꺼비 굴이 건설되었다. 그 해 솔로뉴에서 파리와 클레르몽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밑에도 두꺼비 굴은 뚫렸고, 1989년에 레시에 세 번째 두꺼비 굴이 뚫렸다. 시의회에서는 두꺼비의 보호를 위해 매년 봄,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는 도로에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날마다 저녁만 되면 주민들은 커다란 들통을 들고 다니며 아스팔트 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두꺼비들을 모아 도로 옆을 흐르는 도랑으로 쏟아 붓고 있다. 아스팔트 위를 지나는 두꺼비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다니라고 말할 수 없으니 아예 주민들이 나서서 두꺼비들을 안전한 곳으로 다니도록 치워 주는 것이다. 생태계 사랑의 귀감이 아닐 수 없는 레시 주민들이다.
수컷 두꺼비는 요맘때면 겨울잠에서 깨어 꾸르륵거리며 암컷 두꺼비를 부르는데 눈이 워낙 나쁜 데다 저돌적이라 다른 수컷을 안기도 하고, 못 속의 붕어 잉어를 껴안기도 하는 묘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가공할 껴안는 힘에다 발바닥 내면에 밀착 구조까지 있어 미끄러지지도 않아 안긴 부위는 상처 나기 십상이라 한다. 그런 두꺼비가 걸리버 여행기에 나올 법한 엄청난 크기의 미국산 개구리, 우리나라 저수지 생태계를 온통 파괴시키는 황소개구리를 단번에 해치운다니 고맙기 한량없다. 이 봄 두꺼비를 불러 모아 생태계 교란자 황소개구리를 처치하는 걸 보고 싶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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