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위대한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7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호킹은 끊임없이 우주 탄생과 소멸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우주 탄생 초기에 엄청난 무게를 가진 초미세 소립자들에 기인하는 미니블랙홀로 우주 탄생과 존재의 비밀을 풀려고 노력했다. 현재까지 호킹을 포함한 수많은 우주 학자의 공통된 이론은 우주의 모든 물질은 정말 작은 소립자(특이점)의 거대한 폭발, 즉 빅뱅에서 수많은 별이 탄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탄생된 별들의 움직임은 아이작 뉴턴의 유명한 만류인력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우주가 최초의 작은 소립자 물질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에 물질(재료)의 구성 성분과 배열을 연구하는 재료 공학자로서는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모든 물질은 그 근원을 찾아가면 결국은 정말 작은 소립자(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로 구성된 원소로 이루어지고, 이들 원소가 규칙적인 배열로 공간을 채우면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이 되기 때문이다. 원자들이 공간을 채우는 방식과 특성은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들의 물리, 화학적, 기계적 특성을 지배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쇠(철)는 Fe 원자의 구성체이다. 철은 원자번호 26번이고 원자량은 55.845g/mol이다. Fe 원자가 물질(재료)이 되기 위해서는 각각의 원자들이 서로 모여야 한다. 이때 물질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유공간에서 일정한 형태로 배열한다. 상온에서 가장 안정한 배열은 철 원자 1개가 가운데 놓이고 정육면체의 각 꼭짓점에 8개의 원자가 놓이는 체심입방정(BCC, Body Centered Cubic)이 되어야 한다. 이를 기하학적으로 계산하면 공간을 68% 정도 채우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순철은 32%가 비어 있는 것이다. 이런 공간 배치에 의해 모든 재료의 밀도가 정해지는 것이다. 철의 밀도는 7.874g/㎤(실온) 이다.

철은 BCC 구조여서 원자번호가 작은 원소들, 수소(H) 탄소(C) 산소(O)가 쉽게 침투해 들어갈 수 있다. 특히 이 공간을 탄소가 2.1% 정도 들어가면 강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를 강철(Steel)이라고 한다. 빈틈이 많은 조직이 이종 원소인 탄소가 들어가 속이 꽉 찬 조직이 되면서 더 강한 소재가 되는 것이다.

쇠와 함께 주변에서 쉽게 보는 알루미늄, 구리, 금, 은 등은 정육면체 각 면과 꼭짓점에 원자들이 배열되는 면심입방구조(FCC:Face Centered Cubic)를 가진다. FCC구조는 자유공간을 동일 원자들로 가장 치밀하게 채워 매끄러운 면들을 가지고 있어 각각의 면이 잘 미끄러지는 슬립(Slip) 현상이 흔히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FCC 구조 재료들은 연성, 전성이 우수하여 알루미늄 포일이나 캔, 다양한 굵기의 구리선, 복잡한 장신구, 금박, 은박으로의 제작이 용이하다. 하지만 동종 원자들로 가장 치밀한 구조가 되는 FCC도 적층 밀도가 약 74%밖에 안 된다. 즉 26%가 비어 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물건의 재료는 각각의 원자 배열, 즉 공간을 채우는 배열 방식에 의해 그 특성이 결정된다. 우리가 구형 원자들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방식은 결정학적으로 14개 방식밖에 없다. 이를 재료공학에서는 14 Bravias Lattice라고 한다. 1982년 14개 방식 이외에 추가적으로 공간을 채우는 5각형의 원자배열에 의한 새로운 준결정(quasi-crystalline)을 발견한 이스라엘 과학자 댄 새흐트만 교수는 2011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준결정재료의 특성은 기존 재료가 가지는 결정구조에 비하여 강도가 높지만 비정질 성질도 가지고 있어 열이나 전기를 전달하지 않아 스포츠용품, 면도날, 프라이팬 코팅재, 엔진 단열 보호재 등에 활용된다.

모든 물질의 특성이 결국은 각각의 원소가 자유 공간에서 채워가는 방식에 의해 결정됨이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아주 미시적인 원리이다. 이러한 미시적 배열이 모든 재료의 특성을 지배하는 채움의 원리라면 거대한 우주를 채우는 수많은 별의 배열도 거시적인 특정한 방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모든 별의 배열 방식과 거시적 구조를 알아낸다면 우리 인류는 좀 더 신의 경지에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울산대 교수·첨단소재공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