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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한국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 /윤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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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대표가 어정쩡하게 득표하면서 보수가 다시 태어날 기회를 잃었다. 자유한국당은 그때 죽어야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죽어야 새롭고 건강한 보수가 다시 살아난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필요한 치유의 과정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의 이 발언은 현재 한국당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보수 정당의 대표 격인 한국당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지만 정작 당은 안일한 모습으로 지지층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새로운 보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지도부의 이어진 막말과 사천 논란, 자기 식구 챙기기식의 오만한 공천으로 일관하면서 ‘싸구려 보수’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잇따른 막말이 빚은 파동은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홍 대표는 자신에 반대하는 당내 비홍(非洪) 인사에게 ‘바퀴벌레’라고 하는가 하면 당 수석대변인 장제원(부산 사상구) 의원은 경찰을 ‘미친개’로 비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경찰을 사랑한다’고 뒤늦은 커밍아웃을 해 웃음거리가 됐다.

홍 대표의 막말과 거친 언사에 대해 여성 유권자와 중도 성향의 유권자는 혐오증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지방선거에 나선 지역의 예비후보들이 “홍 대표는 홍 대표고 나를 봐서 밀어달라”고 읍소(국제신문 지난 10일 자 5면 보도)하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층은 ‘홍 대표를 한국당의 종신직 대표로 임명해야 한다’거나 ‘홍준표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표현하는 등 조롱하고 있다.

공천을 둘러싸고도 사천 논란과 당내 파열음이 이어지면서 지지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홍 대표가 자신의 측근을 창원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하면서 반발이 일어나는가 하면 중앙당 사무처가 출신 인사를 위해 지역 정서와는 동떨어진 ‘낙하산 경선’을 요구하면서 분열의 조짐이 일고 있다.

부산시당 공직선거후보자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부산진구청장 후보로 3선 경력의 김영욱 전 부산시의회 부의장을 단수추천하는 결정을 했지만 중앙당 공관위는 이를 뒤집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경선 지침을 하달했다. 당 원내행정국장 출신인 황규필 예비후보를 지키는 데 나선 것이다. 지역에서는 ‘한국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비판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이 같은 한심한 행태 뒤에는 ‘아직 보수층은 우리를 지지한다’는 망상이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군이 한국당과 비교해 인지도 등 여러 측면에서 약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만 놓고 본다면 상대적으로 탄탄한 후보군을 보유한 한국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부산의 지방선거 판세도 애초 전망과는 달리 한국당이 중상을 입을 것이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당의 잇따른 헛발질에도 불구하고 계속 손을 들어줬던 보수층은 이제 한국당에 대한 미련을 접는 모양새다.

못돼먹은 아이 뒤에는 부모의 잘못된 교육이 자리하는 법이다. 이제 보수층 유권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에 대해 회초리를 들 기세다. 회초리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미친개에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한국당의 논평처럼 몽둥이를 들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부 부장 yjk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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