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외부업체 및 자사 직원들에게 저지른 비상식적인 행위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달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조 전무가 광고대행사 관계자에게 물컵을 던진 사실이 확인돼 문제가 된 데 이어 이번에는 욕설과 고성으로 부하를 심하게 질책하는 음성파일까지 공개됐다. 어제 오전에는 조 전무 사무실 인근에서 일하는 직원이라 밝힌 사람이 청와대 국민청원란에 그동안 직원들이 당했던 피해를 기록한 글을 올렸다.

진위여부는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유추해 보면 조 전무의 언행은 일반인들의 상식을 뛰어 넘는다.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직원들에게 거의 매일 수시로 폭언을 하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병가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또 업무 부실을 이유로 자사 소속이 아닌 광고 대행사 임원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니 안하무인이 극에 달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사건 이후 연차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해외로 나갔던 조 전무는 여론이 악화되자 어제 급히 귀국했다. 입국장에서 “제가 어리석었고 얼굴에는 (물을) 안 뿌렸다”는 해명을 했다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하긴 도피성 출국 와중에도 ‘#나를 찾지마’ ‘#행복여행중’이라는 등의 해시태그까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겼다니 조 전무가 사태의 심각성을 과연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한진그룹 3세가 요직에 있는 대한항공은 그러잖아도 ‘갑질 기업’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조 전무 언니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됐고 오빠 조원태 사장도 뺑소니 운전과 폭행 등의 혐의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이러니 이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다시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경영능력이 모자라는 재벌 자제들이 부모 덕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행위는 이제 단죄돼야 한다. 사법당국의 엄중한 수사와 합당한 처벌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