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이제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밝혀, 향후 한국 대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가치 정립에 대한 환골탈태를 암시한 바 있다. 그런데 시야를 크게 보면 글로벌 사회에서는 한 국가의 성장세나 잠재능력보다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더 중요한 국가운영의 핵심가치임을 감지하게 하는 변화가 느껴진다. 민주적인 정치운영이나 평화나 생명 존중 등을 보편적 인류 가치라고 볼 때 그에 반하는 국가운영을 하는 나라들이 소리 없이 글로벌 사회에서 빈축의 대상이거나 경원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막강한 집권자가 자의로 장기집권의 획책을 꾀하려는 러시아와 중국, 또 자국 내에서 내전을 일으키며 살육전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 그리고 대륙 간 미사일 개발에 국력을 기울인 북한 등이 그렇다. 그들이 인류적 가치의 반대편에서 독주를 계속할 경우 향후의 국가운영에 대한 글로벌 환경으로부터의 압박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미 고립주의를 지키던 쿠바와 이란은 인류 가치의 공개된 인증시장으로 나온 바 있는데, 여전히 이들 몇몇 국가만이 독자적인 정치사회 환경을 만들어 놓고 글로벌 경제사회에서 국가 이득을 위한 교류를 계속하려고 한다.
러시아는 우리나라보다 170배나 큰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인구도 우리의 3배나 된다. 엄청난 지하자원이 있는 자원 부국이기도 하고, 한때는 찬란한 문화역사와 가공할 과학기술을 가진 왕년의 G2국가이기도 하다. 구한말과 한국전쟁에서는 우리나라에 반인류적인 무력을 행사해 우리나라와 국민을 엄청난 고초에 빠트린 후안무치한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국가 전체의 경제 규모는 지금 우리나라보다 적다. 당연히 개인소득도 우리가 2배 가까이나 많다.
시리아 인구는 우리나라의 40% 남짓이고 영토는 2배 가까이 크다. 그러나 전체 경제 규모는 인구 60만 명 정도의 룩셈부르크만 하다. 개인별 국민소득은 북한보다는 조금 많지만 우리나라 국민소득의 10분의 1 정도인 취약한 나라다. 그런데 이런 나라가 온 세계인의 공분을 자아내는 살육을 벌이는 내전으로 자기 동포들을 사지로 몰아가고 있다. 그 곁에는 역시 최근 들어 점점 경제가 뒷걸음질 치는 러시아가 있다. 과연 앞으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2018년 들어 세계 증시가 미국을 중심으로 조정국면을 보인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한 나라들이 장기 상승한 탓도 있지만, 금리 인상이나 무역 전쟁 등 미국이 인위적으로 조절 중인 정책적인 경기 조정국면의 특성이 더 강하다고 본다. 이미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2018년부터 주식시장이 일정한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이 북한과는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면서도 시리아에는 트럼프 정부가 무력공격을 결행한 시점이다. 만약 그 뒤의 러시아가 시리아를 군사적으로 도왔다가는 이미 제한적으로 시작된 미국의 경제제재의 엄혹한 확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연장 선상에서 4월 들어 러시아 증시는 잔인한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거의 공포(panic)에 가까운 주가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향후 주가 추이는 이외에도 아마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관리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아직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온전히 재건된 것은 아니다. 특히 민간소비의 수요가 복원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금융환경을 무조건 금리 인상과 같이 정석으로 관리할 처지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금리나 미국과 유럽의 수입증가 환경을 살려두면 자국의 경제회복보다 석유나 구리 등 자연자원의 인플레가 먼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불편한 중동이나 러시아, 브라질은 또 자원가격으로 힘을 얻는다. 따라서 미국은 관세장벽으로 수입을 조절하는 방식을 택하는 한편으로 강력한 시리아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러시아는 시리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미국의 추가 제재는 물론 바로 인접한 유럽의 경제제재도 예상해야 한다. 어쩌면 미국이 요즘 중국의 무역환경을 옥죄는 것도 전제적인 국가운영에 대한 공감적 제재일 수 있다. 세상은 이제 사회적 가치나 인류적 가치가 그동안 힘의 논리나 승자의 법칙으로만 움직이던 글로벌 경제운영시스템에 융합되어 새롭게 구동되는 공감 가치의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글로벌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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