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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지지율에 기댄 정치는 신기루일 뿐 /김경국

대통령 높은 지지율에 국정주도권 청와대로…여당 장관 역할은 실종,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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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로 집권 2년 차 임기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첫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 국정을 주도해왔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지도자와 손잡고 남북한 땅을 넘나드는 모습에 국민은 환호했고, ‘도보다리’에서 환한 모습으로 ‘벤치 환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노벨평화상을 노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러움을 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 모든 과정을 전 세계에 생중계함으로써 문 대통령은 세계적인 스타로 급부상했다.

‘전쟁과 대결’의 시대에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판문점선언’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 것도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 기대처럼 이번 정상회담이 단초가 되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온다면 문 대통령은 민족적 영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노벨평화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관문이기도 하다.

4·27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85%에 육박하는 지지를 기록했다. 집권 2년 차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국민의 입장에서도 반갑고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는 한편으로 우려도 뒤따른다. ‘건전한 비판’ 실종과 만기친람(萬機親覽·왕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핌)이다. 대통령(청와대)이 모든 것을 주도하려고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편견과 독단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미 과거 정권에서 익히 봐온 그림이다. 어차피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결국 비서실장이나 수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벌써 그런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매사에 청와대가 앞장서고, 정부여당과 각료들은 국정 운영에서 사라졌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어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생각뿐, 국정 운영에서는 밀려난 지 오래인 듯하다. 모든 이슈는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 여당 대표는 일찌감치 존재감이 없어졌다. 국내정치가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문 대통령에게 다시 ‘협치’를 건의한 여당 정치인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여당이 역할을 못 하니 야당은 청와대와 직접 상대하려 한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한 달이 넘도록 심의조차 못 하고 있을 정도로 정국이 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관들도 역할을 못 하기는 여당에 못지않다. 복지부동(伏地不動). 청와대의 주도권 장악이 강할수록 관료들은 입을 다물고,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리게 된다. 그게 관료들의 생리다. 여기에다 적폐청산 분위기가 겹치면서 공무원들의 몸 사리기는 한층 심해졌다. 복지부동은 고위직으로 갈수록 심해진다. 장관이 되면 절정이다.
정치인·시민단체 출신 장관들의 대통령 눈치 보기도 관료 출신에 못지않다. 정권코드에 맞추고 대통령의 눈에 드는 게 최우선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가 모든 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입시정책 자체결정을 포기했고,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제정책에 제동을 거는 장관은 한 사람도 없었다. 법무장관이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헌안을 설명하고, 심지어 청와대 비서관이 신분이 보장된 ‘판사를 파면하라’ 국민청원을 대법원에 전달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 정신이 훼손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이를 문제 삼은 각료가 있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IMF와 같은 국제기관들까지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노동·공공·금융개혁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한 장관이 있었다는 말 역시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청와대에서 추진하는 친노동-반재벌 정책은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소신껏 청와대에 맞서는 장관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이쯤 되면 대통령에게 고언(苦言)만 하는 ‘임기보장 무임소 장관’이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게 안 된다면 임기보장 특보라도 좋겠다.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영원할 수는 없다. 국민을 위해서라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경기회복 없이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청와대도 알고 민주당도 알고 야당도 안다. 여당이 자생력을 키우지 않고, 내각이 정치권에 눌려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이제 막 집권 2년 차가 시작됐다. 1년 차가 국민이 주인 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였다면, 2년 차는 남북관계·평화에 대한 기대로 출발했다. 하지만 결국은 민생·경제에 대한 기대가 종착점이 될 수밖에 없다. 여당과 내각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지율에 기댄 정치는 신기루일 뿐이다. 집권 2년 차,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취해 나무는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까 걱정스럽다.

서울본부장·정치부장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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