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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정책선거, 결국은 유권자의 몫

정책·지방 실종 지방선거,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

정치권 향해 비난만 하며 방조한 유권자도 책임, 변화는 스스로 끌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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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실종됐다고 한다. 정작 주인공인 지방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도 한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두고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우려다. 그럴 만도 하다. 두 개의 블랙홀이 이를 빨아들이고 있는 까닭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이 지방선거 바로 하루 전 열리니 이런 블랙홀도 없다.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은 그들대로 드루킹 의혹 띄우기에 혈안이다. 중앙정치발 대형이슈에 묻혀 본연의 의미가 사라졌으니 또 지방선거 무용론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한 번 돌이켜보자. 역대 지방선거치고 정책과 지방이 실종되지 않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물론 중앙당 차원의 정책이슈가 승패에 영향을 미친 지방선거가 없진 않았다. 2002년 제3회 때는 보수가 개발과 성장 이슈를 내세워 재미를 봤다. 반면 2010년 제5회 때는 민주당이 무상복지 이슈로 천안함 사건이라는 외풍을 이겨냈다. 하지만 이 또한 반쪽일 뿐이다. 중앙발 이슈는 있으되 지방이 여전히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정책과 지방이 실종됐다는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아우성도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선거가 프레임 전쟁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대선과 총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방선거 또한 예외가 아님은 분명하다. 지방민이 곧 국민인 만큼 지방선거라고 해서 대선과 총선 못지 않은 프레임이 없으란 법은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온전히 프레임 전쟁으로 치러지는 것 또한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지방선거 무용론의 근거이기도 하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올해로 7번째를 맞도록 아직도 이런 주장이 사라지지 않는 건 황당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하긴 이번 선거는 이마저도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아무리 북한 비핵화 문제가 블랙홀이라지만 각 당이 내건 지방선거 슬로건은 공허하다.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더불어민주당의 슬로건이다. 지난해 대선 때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의 변주곡이다. ‘대통령’이 ‘지방정부’로 바뀌었을 뿐, 구름잡는 이야기다. ‘나라를 통째로 넘기겠습니까’에 이어 ‘경제를 통째로 넘기겠습니까’라는 한국당의 외침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비핵화 폭풍을 비켜가 보려는 꼼수만 보인다.
이런 거대담론(?)만 앞세우다 보니 주요 당의 지방선거 정책공약은 선거에 임박해 마지 못해 내놓는 구색갖추기용 액세서리 정도에 불과하다. 그것도 지방선거 관련이라고 해봐야 시·도별 대표공약 몇 개가량이다. 정치권 스스로 정책공약이 선거에서 약발을 발휘할 거라고 믿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일선 후보들 역시 상당수가 공약은 간판일 뿐 상대 후보를 흠집내는 네거티브에 더 골몰한다. 결국 남는 것은 정책과 지방이 실종됐다는 정치권을 향한 비난의 반복뿐이다. 그럼에도 선거는 치러지고 어떤 식이든 승패는 가려진다. 그게 역대 지방선거가 걸어온 길이다.

해서 하는 말이다. 매번 핏대만 세우다 제 풀에 꺾여 결국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에 놀아나는 유권자에겐 문제가 없느냐는 점이다. 정치권이 의도했건, 아니건 지방선거와 동떨어진 대형이슈에 스스로 함몰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다. 지방선거 때마다 자기 지역 후보들 공약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중앙발 이슈에 휘둘려 표를 던지지 않았느냐는 거다. 마냥 정치권만 탓할 게 아니다. 이런 유권자의 오랜 행태가 오늘의 안일한 정치권을 만든 방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권자가 달라지지 않고서 정치권에 비난만 해대서야 결과는 도돌이표다.

대선과 총선은 그렇다 쳐도 지방선거 만큼은 달라져야 한다. 요즘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해졌다. 최근 중앙선관위가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 동네 공약지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2년간 언론보도, 지방의회 회의록, 유권자 희망공약 등을 분석해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별 관심사안을 담았다. 우리 동네의 주요 이슈가 무엇이고 주민은 어떤 공약을 원하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유권자가 자기 지역 후보에게 원하는 희망공약을 제안할 수도 있다.

그래봐야 그 인물에 그 공약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어차피 투표는 최선이 아니더라도 최악의 후보를 피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필요하다면 네거티브식 검증도 유용하다. 후보들이 즐기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후보를 하나씩 걸러내는 방법이다. 황당하고 포퓰리즘식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도 대상이다. 더는 지방선거에 지방이 없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말이 좋아 풀뿌리 민주주의지 세상에 거저 얻는 것은 없는 법이다. 우리 동네, 나아가 우리 정치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결국 우리 동네 유권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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