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한 달 전부터 예정돼 있던 TV토론회에 돌연 불참을 선언하는 바람에 행사 자체가 무산된 것은 유감스럽다 못해 황당하다. 생중계 토론회를 준비해온 국제신문과 부산CBS, 티브로드, CJ헬로, 현대HCN 등은 결국 유권자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결과가 됐다. 귀책사유가 어쨌든 공신력이 생명인 언론사로서 시민들에게 먼저 사과 드리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리라고 여긴다.

오 후보 측은 토론회 거부 명분으로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시장 후보자 전원이 참석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허울 좋은 변명에 불과하다. 오 후보 측은 이미 한 달여 전에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와의 양자 토론 개최에 동의한 바 있다. 그간 오 후보 캠프의 실무자는 주최 측이 마련한 설명회에 참석해 토론회 참석확인서를 작성했으며, 토론회 나흘 전에는 캠프 측에 공통 질문지까지 전달됐다. 토론회 거부 이유치고는 참 석연찮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오 후보 측은 건강이상설 등 온갖 억측을 자초한 셈이 됐다.

애초 두 후보만 참석하는 토론회를 기획한 것은 제한된 시간을 감안, 보다 심도 있는 공약 검증과 밀도 높은 논쟁으로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돕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 후보 측은 서 후보와의 양자 토론이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설사 그렇더라도 토론 경쟁력을 높여 대처하는 것이 정도이지,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키는 건 횡포와 다름없는 처사다. 오 후보는 4년 전 6·4지방선거 당시 TV토론을 회피하는 서 후보를 겨냥해 “새누리당 후보가 되면 이미 당선이라는 오만함을 벗고 컴컴한 밀실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난했던 적이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구태의 재연이다.

오 후보 측에 묻는다. 공정하고도 엄중해야 할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이런 식으로 파기해도 되는 것인가. 이렇게 해도 ‘문재인 효과’를 등에 업고 당선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 오만이다. 선거 과정에서 토론회 개최 약속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후보가 시장이 되면 숱한 공약을 과연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 유권자들이 의문을 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