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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침묵하는 민심, 왜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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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여기서는 잘못 말했다가는 싸움 난다.”

최근 ‘6·13 격전지를 가다’ 취재를 위해 찾은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지역 민심을 묻는 기자에게 한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구청장으로 뽑을 예정이냐’는 질문에 그 상인은 “여기는 한 집 걸러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섞여서 장사한다. 말조심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기호를 손가락으로 살짝 표시했다. 한 동네 금은방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카더라’식 화법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왜 그렇게 돌려 말씀하시냐”고 물었더니 “요즘 것들(젊은 층) 눈치 보여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는 정치권 안팎에서 언급되는 ‘샤이 보수’의 실체다. 보수 정당은 이들 샤이 보수층의 지지를 믿고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의 저조한 지지율은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지난 2일 기자의 밀착 동행 취재 도중 “샤이 보수만 있는 게 아니다. 보수 색이 강한 부산에서는 ‘샤이 진보’도 존재한다”며 또 다른 ‘바닥 민심’을 전하기도 했다.

‘샤이(Shy)’ 유권자의 정체가 뭐가 됐건 이들이 침묵하는 원인은 제각각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말했다가는 자칫 ‘적폐 또는 좌파’로 낙인찍히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950년대 미국의 공산주의 낙인찍기인 ‘메카시즘’ 광풍이 21세기에 부는 것이라며 정치적 다원성의 실종을 우려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샤이’로 포장된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들 대부분은 최근의 한반도 평화 이슈나 문재인 대통령 관련 이야기는 알아도 지방정치의 존재 이유와 인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들 상당수가 ‘정치 혐오’를 정치 무관심과 연관 짓지만  지방선거 자체와 날짜조차 모르는 사례도 많다는 점에 비춰볼 때 정치 혐오는 그저 핑계인 듯싶다.

이번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샤이’ 유권자가 많다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정치적 의견의 다양성 실종을 보여준다.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이든, 잘 몰라서이든, 관심이 없는 것이든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밝힐 수 없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샤이 유권자가 많을수록 아전인수식 해석의 여론조사로 인해 민심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선거에서도 왜곡된 민의로 표출될 우려가 크다.

정치부 thik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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