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은 세계사적 대전환의 출발점임에 분명하다. 양국 정상이 70년 적대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관계 구축과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정립에 나서기로 합의한 것만으로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진일보시킨 기념비적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큰 산’은 넘긴 셈이지만 넘어야 할 봉우리도 수없이 남아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긴 여정에서 고비 때마다 중재자로 빛났던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 역할이 더욱 커졌음은 물론이다.

북미 정상회담 성과 이행을 위한 후속회담은 ‘속도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공동성명 문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르면 다음 주 고위급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언급에서 양국의 속전속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따라서 공동성명에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후속회담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완성하는 이른바 ‘싱가포르 프로세스’의 정상 작동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런데 공동성명에 미국 측 후속회담 담당자로 적시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어제 서울에 도착했다. 이미 프로세스가 작동에 들어간 셈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오전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북미 정상 간 합의내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청취한다. 또한 후속회담과 관련한 공조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논의 범위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 전략뿐 아니라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 관계개선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실천방안까지 망라된다. 이어 오늘 오후에는 고노다로 일본 외무상도 접견하고 향후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이처럼 미·일 핵심 장관들이 앞다퉈 달려오는 것이야말로 문 대통령의 중재자로서의 위상을 대변한다. 특히 북미공동성명에 판문점선언 이행 재확인을 명시한 것도 문 대통령의 ‘운전자’ 역할에 힘을 싣는 모양세다. 이는 북미 간 세부 논의가 고비에 부딪힐 때마다 양측의 간극을 좁힐 적임자라는 기대와도 맞물려 있다. 평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던 문 대통령의 진짜 운전실력이 발휘돼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