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치른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궤멸적 참패로 요약된다. 문재인 정권 출범 1년여 만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싹쓸이 승리’를 거두면서 국정 동력에 한층 힘이 실렸다. 따라서 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당은 TK(대구·경북)의 지역정당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당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참담한 처지에 놓였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어제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홍 대표는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으나, 과연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민심이 보수 야당으로부터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게 등을 돌린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제1 야당 홍 대표의 리더십에 가장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바른미래당의 사정도 다를 바 없다.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 심판론’보다 ‘보수야당 심판론’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보수진영의 정계개편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선거패배 책임론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계개편을 둘러싼 백가쟁명식 의견이 분출할 경우 보수 야당 중심의 정계개편이 지리멸렬하게 진행될 공산도 크다. 일각에서는 2020년 총선까지도 이른바 ‘건강한 보수’의 출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문제는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다. 중앙권력은 물론 지방권력까지 민주당 쪽으로 급속하게 쏠린 상황에서 여당의 일방적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만 해도 시장과 기초단체장 16곳 가운데 13곳, 시의회 42석(비례대표 제외) 중 38석을 민주당이 장악한 상태다. 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의 축이 균형을 잡아야 제대로 굴러가는 체제다. 지금 그 한 축이 무너졌다. 민주당은 독선과 오만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하겠지만, 권력이 자기제어하는 것은 한계가 뻔하다. 견제와 균형의 복원을 위해서라도 보수 야당의 재건은 급선무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