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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뒤집힌 부산, 기대와 우려 /구시영

보수당 일당체제 종식, 새 변화 시민 기대 반영

이젠 민주당 지배구조…민심 외면 땐 역풍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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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원내교섭단체라도 만들 수 있게 도와주세요.”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부산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후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호소했던 말이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독주체제인 부산시의회에서 자신들이 원내교섭단체(5명)를 구성해 견제할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고 이들은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계열 간판으로는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니 그렇게라도 유권자에게 하소연하고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45곳의 지역구 시의원은 모두 새누리당에게 돌아갔고, 새정연은 비례대표 시의원 2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부산의 정치지형은 이와 같은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해 왔다. 1990년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으로 생긴 민자당이 그 시초다. 민자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보수 정당의 지역패권구도가 부산 정치판을 휘어잡았다. 그런 구조로 인해 1995년 제1회 지방선거부터 2014년까지 부산시장과 기초단체장 16곳, 지역구 부산시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는 한 번도 당선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총선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당 지지율이 10% 안팎을 헤매는 민주당에게 부산 국회의원 자리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였다.

그랬던 부산이 이번 제7회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뒤집어졌다. 역사적인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해빙 무드라는 초대형 이슈 속에 자유한국당이 예전만 못하고 패배할 걸로는 관측됐지만 이처럼 궤멸적 성적에 직면할 것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물론, 2년 전 부산 총선에서 민주당이 처음으로 5석을 따내며 지역주의의 벽이 웬만큼 허물어지기는 했으나 지금 같은 결과가 있으리라 예측한 이는 극히 드물었다. 유권자나 민주당, 한국당 모두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에 기초단체장 선거만 해도 민주당이 부산 16곳 중 13곳을 석권했고, 지역 시의원은 42곳 중 38곳을 휩쓸어버렸다. 반면 한국당은 기초단체장 2곳과 시의원 4곳에서 승리했다. 이들 6곳에서도 한국당 후보들이 겨우 이겼다. 특히 시의원 2곳에서는 2위 민주당 후보들과의 차이가 각각 20여 표, 40여 표에 불과할 정도였다. 4년 전과 달리 한국당이 오히려 시의회 교섭단체 구성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구·군 기초의회 선거 또한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부산 16곳 중 12곳에서 민주당이 의석의 절반을 넘었고, 나머지 4곳에서는 여야 의원 수가 같게 나왔다.
이쯤되면 부산 한국당의 대몰락, 민주당의 싹쓸이와 다를 바 없다. 과거에 비하면 경천동지할 수준이고 천지개벽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와 함께 부산의 정치지형이 후진적인 일당 지배체제와 지역주의 틀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지역 발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마음도 감추기 힘들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을 위시해 부산지역 기초단체·의회가 거의 민주당 소속 일색으로 짜이면서 견제와 경쟁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다. 무릇 권력의 균형이 어느 한 쪽에 쏠리면 권력갈등을 내재하고, 갈등이 깊어지면 정상궤도에서 벗어나기 쉽다. 특히 부산시의회가 종전의 한국당처럼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흘러가거나, 시정(市政)에 대한 견제·감시를 소홀히 하고 거수기 역할로 전락한다면 민심의 기대를 저버리게 된다. 게다가 당선된 민주당 시의원의 태반은 의정 경험이 없는 초선이라, 이들이 앞으로 어떤 역량을 보여줄지도 미지수다.

이제 민주당은 부산 정치판의 새 지배정당에 올랐다. 어쩌면 이는 양날의 칼일지 모른다. 하기에 따라 자신에게 이익 또는 해가 되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지방자치에 걸맞은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면 민주당의 주가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대신 지배권력의 지위에 안주한 채 지역의 여러 문제를 등한시하거나 해결 솜씨를 보여주지 못하면 지방권력 교체의 의미도 떨어지게 된다. 부산시장이나 기초단체장 또한 마찬가지다. 경제와 민생에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무능함을 노출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다시 뒤집어질 수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일깨워줬다. 민심의 거대한 물결에 역행하면 어느 정당이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민주당이 역대 최대 압승을 거둔 것은 개인 실력이나 능력이라기보다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타당하다. 거기에다 한반도 평화 이슈가 더해지면서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그 점에서 민주당 단체장과 의원들은 겸손한 자세로 공약 이행에 전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그것이 역풍을 맞지 않고 민심을 받드는 길이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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