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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경영인문학의 세계가 온다 /엄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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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17 18:55:0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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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는 오차와 실수를 줄이기 위해 과학적 도구를 늘 희구해왔다. 테일러는 작업자의 행동이 과학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유명한 과학적 관리법을 창안해 사람들의 행동을 기계적 성과와 연동형으로 바꾸게 하였다. 이후 4차 산업혁명이란 이름의 개벽 같은 세상은 관리자 감독자 생산자 보조작업자 모두를 한순간에 “동작 그만” 상태로 만들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지금 내면에서 일어나는 소리 없는 새로운 각성을 본다. 정말 인간은 쓸모없는 존재일까. 사람들은 이제 성과를 직접 만들고 나누는 일에 참여하지 말란 것인가.

이 비감한 순간에 우린 긴 세월 첨예한 대치와 극단의 대립의 두 축이 만나 그동안 인류가 벌여온 현대전쟁의 마무리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북미 회담 시작 전부터 두 정상은 정략 지휘자이거나 국가이익의 대표자라기보다 고뇌와 결단의 역사적 짐을 진 최고점의 긴장의 순간을 감당해야 하는 인간의 모습에 세계는 주목하게 되었다. 그들이 만든 성명도 놀랍도록 인간적인 함의를 담은 문구로 작성됐다. 너무 간단하고 포괄적인 합의 내용이지만 그 내용을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아주 깊은 두 인간의 도를 넘는 신의가 담긴 것으로도 보인다. 서로를 반드시 믿고 만든 문장들로도 보이는 것이다. 그들이 나중에 던진 말 속에서도 엿보인다. “새로운 역사의 전개를 보게 될 것이다.” 이건 김정은 위원장이 던진 말이다. “그는 매우 국민을 사랑하는 지도자 같았다.” 그건 북한 지도자에게 인류를 그동안 공분케했던 인권유린을 다그쳐야 했을 트럼프가 그를 보고 전해준 말이다. 아마도 앞으로 더 큰 후속 조치를 감당해야 할 책임을 안고 돌아서는 젊은 국가지도자가 온 인류에 더 이상 거스르기 힘든 약속을 하는 상황을 놓고 노사업가는 그 입장과 결기에 공감하며 많은 문장을 생략했을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추측이 가능하다면 이번 일은 이제 인간은 이전의 합리적 사고의 인간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깊은 도량과 강력한 역량을 다듬어 나가는 것의 한 예의 일로도 여겨진다. 경험과 정보와 감정을 입력하고 러닝하고 추정하고 다시 수정하며 지능고도화로 정예화해가는 초지능적 생산시스템으로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담대하고 통 크고 긴 안목의 결단과 결속과 결의가 여전히 인간에게는 가능한 것이다.

이제 무언가에 도전하는 사람들과 또 사업가들에게 다시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성실한 행동인간이면서 행복한 감성 주체인 보통 사람들에게도 다시 가치 있는 협동의 과제들이 가능하다고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더 위대하고 담대한 일은 우리 인간만이 뜻을 모으면 할 수 있다고.
우리가 이런 미래를 믿는다면 경영인문학(business humanities)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다. 기능적으로 잘 만든 신발은 인공지능이 만들겠지만, 정성을 가득히 담은 신발은 장인이 만든다. 빈틈없이 두는 바둑은 알파고가 더 잘하겠지만 고뇌하는 절벽에서 마지막 돌을 던지는 바둑은 인간만이 둘 수 있다. 그러면 된다. 가령 우리가 수많은 화가가 그린 그림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도저히 알 수 없듯이 이제 기업 주가의 잣대도 함부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어드바이저의 지시대로만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그 기업에서 무슨 가치로 모여서 일하고 있는가, 그들은 넓게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그들이 오래오래 진정으로 바라는 가치는 무엇일까 하는 이런 공감의 반응이 모여 기업가치의 총합인 주가를 만드는 날이 곧 온다고 본다.

어쩌면 지금 그런 기업은 자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에서 고유한 삶의 중심을 가진 인문경영자(humanities businessman)가 있다면 그리고 그 기업의 정신에 공감하는 투자가가 있다면 이런 기업의 주가는 아마도 회계적 투자지표인 PER이나 ROE로만 측정하면 엄청난 난센스일 것이다. 반도체 기술로 일순간에 글로벌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지금 인류에게 보여 주어야 할 경영의 미래도 바로 그들이 가치 있게 지향하고 전념하는 경영인문가치(business humanities value)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전자의 기술진보와 이익누적은 과연 온 인류에게 복음 같은 소식이 되고 있는가 하고 이제 그들의 집단지성은 고뇌해야 한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현란한 경영과학(management sciences)은 이렇게 기업 내면의 경영인문학의 진실한 각성이 끓어오를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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