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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이제는 먹고살 일이 문제다 /염창현

실업·고용률 악화 속 지역경제 날로 침체

새 부산시장 당선인, 특단의 대책 수립해 도시 위상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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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어떤 것이었든 간에 큰일을 한 번 끝내고 나면 누구나 무거운 짐을 벗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 어려운 걸 해냈구나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대견해 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한편으로는 까닭 모를 허탈감도 스멀스멀 찾아온다. 고작 이거 하려고 그렇게 밤잠을 설치며 애간장을 태웠던가라는 식의 감정이다. 이럴 때는 뾰쪽한 답이 없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우리 사회는 얼마 전 지방선거라는 큰일을 치렀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같은 굵직한 사안이 많아 역대 최저 투표율이 나올 것이란 예상도 있었으나 쓸데없는 걱정거리가 돼버렸다. 6·13 지방선거 투표율은 60.2%로 1995년 68.4% 이후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유권자의 높아진 정치의식을 이유로 꼽는다. 그동안 실시된 지방선거를 통해 투표가 개인의 삶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유권자가 잘 알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지한 후보가 당선됐든 그렇지 않았든 지역일꾼을 뽑는 잔치는 이미 끝났다. 남은 것은 떠들썩했던 선거 후에 닥칠지도 모를 허무감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선거에서 선택 받은 이들이 유권자의 바람에 잘 부응을 한다면 더 바랄 나위 없이 좋다.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면 내가 왜 투표를 했을까라는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은 18일부터 시장직 인수위원회를 가동한다.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로 조직을 구성해 취임까지 남은 2주일 동안 업무효율을 최대한 높인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인수위와 성격이 다른 시민소통위원회를 만들어 지역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수립에 반영하기로 했다. 긴 도전 끝에 이긴 오 당선인인지라 새로운 부산을 만들겠다는 각오도 남다를 게 분명하다.

하지만 오 당선인의 이 같은 의지와 달리 부산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경제 상황이 여전히 나쁘다. 동남통계청 자료를 보면 5월 부산 실업률은 4.6%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0.1%포인트가 올랐다. 지난 2월 5.4%를 기록한 이후 3, 4월에는 하향세를 보였으나 3개월 만에 반등됐다. 취업자는 165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7000명이 줄었다. 고용률(55.7%)도 2017년 5월에 비해 1.3%포인트가 하락했다.

지역 경제를 이끌어 갈 소중한 자산인 청년층도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부산의 청년실업률은 9.3%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10%)보다 조금 낮았지만 안심할 것이 못 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청년실업률 상승폭은 2.8%포인트로 대구(3.5%포인트)에 이어 전국 주요 도시 중 두 번째로 높았다. 부산의 제조업 연평균 생산 증가율이 몇 년간 1%대에 머문 까닭에 좀처럼 청년고용 부문에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의 위상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근에 나온 각종 경제지표는 부산이 인천에게 추월을 당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지역내총생산(GRDP) 정도만 뒤질 뿐 경제성장률 등 많은 항목에서 부산에 앞서고 있는 상태다. 인천시장 선거전에서 ‘서인부대’(서울-인천-부산-대구)라는 공약이 제시돼도 부산으로서는 딱히 반박할 근거가 없게 됐다.

오 당선인은 선거전 내내 부산 경제가 침체한 원인이 서병수 시장의 실정 때문이라 주장했다. 서 시장의 부실한 경제정책이 부산을 살기 힘든 도시로 만들었고 그 결과 젊은이들이 떠나가는 희망없는 도시가 됐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또 선거 유세 과정에서 유권자의 한결같은 관심은 ‘먹고사는 일’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부산 경제에 대한 걱정이 부산의 민심”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가장 파급효과가 큰 해양·물류분야를 중심으로 해 부산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오 당선인이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해양수도 부산’을 공약 1순위로 내세운 것은 이런 이유에서 비롯됐을 법하다.

선거 기간 현직 시장을 세차게 몰아붙였던 자리에 있던 오 당선인은 이제 처지가 뒤바뀌었다. 부산이 왜 이렇게 못 살게 되었냐고 뒷전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자리에서 떠나 부산 경제를 살려야 할 책임을 맡았다. 유권자는 여러 후보가 내놓은 경제 공약 가운에 오 당선인의 것을 최선이라 믿었을 것이다. 재원조달 방안이 부족하고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공약이 없지 않았으나 힘을 가진 여당 시장이라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당연히 오 당선인은 지지자들의 이런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임기 중 온 몸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런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면 그 역시 부산경제를 망친 장본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먹고사는 일이 어려우면 만사가 뒤틀어지게 마련이다.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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