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결과 부산에서 여성 정치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3명의 기초단체장, 10명의 광역의원, 65명의 기초의원이 탄생한 것이다. 이 같은 여성 당선자 수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래 세 부문 모두에서 최대다. 부산의 거센 ‘여풍’이 지방정치를 뒤흔들 변화의 새바람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핵심은 시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일 생활정치로서의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해 내는 것이다.

특히 정명희(북구) 서은숙(부산진구) 정미영(금정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 기초단체장의 당선은 전국적으로도 화제다. 35명의 여성 후보 중 당선인은 8명인데, 그중 절반 가까운 3명이 부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장 25명 중 여성은 3명에 그친 서울보다 높은 비율을 기록한 것 또한 놀랍다. 이는 민주당 부산시당이 가점제 등을 통해 여성 공천비율을 높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주민의 삶을 먼저 챙기는 ‘세심한 골목정치’에 대한 시민의 갈증이 그만큼 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광역 및 기초의회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47석인 부산시의회 의석 중 여성 몫은 6석에서 10석으로 늘었다. 기초의원 182명 중 36%인 65명(기존 51명)이 여성이다. 30%선을 처음 넘겼을 뿐 아니라 320명 중 2명(0.6%)에 불과했던 제1회 선거와 비교하면 천지개벽인 셈이다. 여성·청년 등 소외자들을 위한 조례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는 지방정치와 행정이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낡은 시대를 끝내라는 시민의 명령이다. 새로운 풀뿌리 리더십을 향한 신호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지방정치에서의 온전한 성별 균형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전히 수적으로 여성이 열세인 데다 17개 광역시장·도지사 중 여성은 1명도 없다. 여성 정치인들의 영역 확장을 위해서는 당선인들의 어깨가 무겁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것은 당연한 이치다. 챙김과 섬김의 자세로 오로지 주민만 생각하며 공감과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기를 당부한다. 그래야만 더 큰 정치인이 되고, 시민도 덩달아 더 행복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