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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북항에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지어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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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21 19:05:5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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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이름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가 호주에 있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명예로운 곳이기도 하다. 16년 공사 끝에 준공되었던 1973년만 해도 이곳이 시드니를 세계 최고의 해양관광도시로 나아가게 하는 출발점이 될지 아무도 몰랐다. 푸른 바다와 진초록의 해안녹지, 그리고 일정한 원칙 속에 배열된 건축물들을 배경으로 한 하얀 조가비들. 이들이 이루고 있는 특별한 풍경은 삼척동자도 아는 국제명소가 되었다.

   
그곳의 성공 요인을 나름 정리해 본다. 첫째는 ‘놀라운 뚝심의 실험과 도전이 있었다는 점’이다. 조가비 모양의 특이한 지붕을 만드느라 건설 기간을 예정보다 6년이나 늘렸고 공사비는 무려 10배나 증가시켰다. 그 과정에 들인 것이 어찌 시간과 돈뿐이었겠는가. 둘째는 ‘바다와 접한 입지’다. 바다와 오페라하우스를 하나로 이해하려 했던 창의적 발상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수변 + 문화시설 = 절반의 성공’이라는 명제를 탄생케 했다. 셋째는 ‘주변 공간과의 통합’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호주 정부가 유네스코에 제시한 유산면적은 5.8헥타르(5만8000㎡)인데 반해 유산을 보호하는 완충 지역은 무려 438헥타르(438만 ㎡), 그러니까 유산의 약 75배나 되는 면적을 보호구역으로 설정한 것이었다. 사실 이것은 등재를 목적으로 2007년에 정한 것이 아니라, 1950년대 중반 오페라하우스가 기획될 때부터 항구 재탄생을 위해 그들이 선택했던 고집스러운 관리전략이었다. 직선으로 500m나 떨어진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어디서 보더라도 하나로 느껴진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항구의 모든 것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

부산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지난달에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시공사가 선정되었다. 지루하게 씨름하던 일이 이제 본격화되나 싶다. 부산의 경우, 시드니의 3가지 성공 요인 중 ‘바다에 접한 입지’는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첫째와 셋째 요인과 관련된 여건은 크게 부족해 보인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무엇을 목표로 지으려 하는지, 또 4년 만에 그것을 어찌 달성하려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시작하기도 전에 초를 치려는 것은 아니다. 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하우스다워야 하기에, 또한 수년 전부터 땅값과 완공 후의 운영유지비 확보 문제로 좌중지난했던 지난 논쟁들이 기억나서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지어야 한다면, 이 순간 우리에겐 후유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특별한 생각이 강구되어야 한다. 작년 5월, 부산의 북항재개발 부지와 유사한 여건을 가진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에 코코아창고를 리모델링·증축한 ‘엘베필하모니(Elbphilharmonie)’라는 복합공연시설이 완공되었다. 건설비가 무려 850밀리언 유로(한화 1조 2000억 원)다. 공사비도 놀랍지만, 더 특별해 보이는 것은 10년의 건설 기간에 3차례 증액(시작은 270밀리언 유로)과 수차례의 내용 변경이 있었다는 점이다. 경직될 수밖에 없는 공공건설사업임에도 세계적인 것을 위해 함부르크가 취했던 ‘혁신의 소통력’ ‘유연한 조정 시스템’ 그리고 ‘상호 신뢰의 마인드’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완공 후 위상에 관한 것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지방 바닷가의 그저 그런 오페라하우스냐, 아니면 바다와 어우러진 특별한 국제적 명성의 오페라하우스가 되느냐에 대한 조바심이다. 당연히 후자의 길을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 방안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오페라하우스로 탄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것이 ‘지역과 시민 밀착의 특별한 오페라하우스’라고 단언한다.

한 도시가 오페라하우스를 갖는다는 것은 문화예술 및 공연과 관련된 도시 전체의 체질 변화를 의미한다. 오페라하우스가 가끔씩 문을 여는 공연장이라면 이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또 이 부산에 무슨 혜택이 있겠는가. 경영 흑자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건설을 기점으로 부산뿐 아니라 창원, 울산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예술 생태계의 대변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지역 문화 발전은 물론, 북항과 원도심 활성화에도 영향력 제로인 모래알처럼 따로 노는 덩치 큰 지방문화시설로 전락할지 모른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최고 전문예술단의 상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축으로 다양한 분야의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왕성한 참여, 그리고 땀 흘리며 배우고 놀며 참여하는 시민들이 365일 머물 수 있는 신개념의 운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시민 마음과는 동떨어진 콘크리트 전망대가 아니라, 언제나 찾을 수 있는 북항의 친구 같은 곳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부산에, 그것도 북항에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하는 이유가 생길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할 것이 있다. 부산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문화시설이 다수 있다. 부산영화의전당, 국립해양박물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유엔평화기념관 등. 모두 작동 상황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우린 또 지어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 부산국제아트센터, 부산전쟁사박물관 등. 이 시설들의 총합은 무엇일까. 무슨 이익을 부산에 주고 있는지 냉정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영화를, 공연을, 부산역사를, 오페라를 어떻게 부산 활력에 결합시킬 것인지, 또 상호 벽을 허물어 어떻게 가치 극대화를 할 것인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부산영화의전당, 국립해양박물관,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모두 바닷가(수변)에 자리 잡은 점이다. 부산은 바다를 통해 서로 엮어야만 살아날 수 있는 도시다. 부산은 이제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새로운 해양문화산업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첨단의 ‘소프트 시티(Soft City)’로의 대대적인 개조를 부산시의 새 집행부에 요청한다. 단기책이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은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그래서 부산의 문화예술과 관광, 그리고 도시건설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 갈 수 있는 그런 강력한 미래 지향을 요청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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