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기본역량진단 1단계 평가’ 결과(잠정)를 발표하면서 지역 대학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부산의 22개 대학 가운데 15곳(전문대 5곳)은 정원 감축 권고대상에서 제외되고 재정지원을 받는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됐다. 반면 7개 대학(전문대 3곳)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으로부터 이의신청을 받은 뒤 2단계 평가를 거쳐 8월 말 최종 결과를 내놓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등급을 올리지 못하면 정원을 줄여야 하는 ‘역량강화대학’이나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분류돼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 봐도 무방하다.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대학은 정원 감축과 정부 재정지원 제한 등을 통해 사실상 퇴출의 길로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수가 계속 줄어드는 데다 재단의 실질적인 투자마저 없어 사실상 이름만 내건 곳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 구조조정은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조치였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번 평가가 객관성을 충분히 담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제반 여건이 완전히 다른 전국 300여 개 대학을 동일한 잣대로 검증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재학생 충원율이나 취업률, 장학금 지급률 등 평가 기준이 되는 모든 면에서 지방대학은 수도권 대학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대학 기본역량진단이 결국 지방대학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학 부실의 책임을 전적으로 학교 측에 묻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위해서는 대학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나 학생 1인당 평균 고등교육 교육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 국가 평균치의 59.3% 수준에 불과한 현실부터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학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부인하지는 않으나 물리적 폐교 방향이 유일한 정답은 아닐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부족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불러 오게 마련이다. 정부의 신중한 추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