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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한국 보수가 트럼프한테 배워야 할 것 /이경식

역발상 북미정상 성명, 북핵 협상 신선한 시도

핵무장 주장 보수 진영, 한반도 평화 막는 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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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반도 뉴스의 최고 화제 인물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칭찬이든, 비판이든 매일같이 그를 향해 말들이 쏟아진다. 그를 그렇게 만든 북핵 협상이 되레 화제성에서 밀릴 지경이다.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한 뒤 그가 펼쳐낸 언행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그의 비핵화 행보는 더욱 담대해졌다.

비핵화의 대가로 6·25전쟁 종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변경하겠다고 약속하더니, 북미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시켰다. 얼마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네오콘(신보수주의)을 통해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모델 수용을 북한에 강요했던 건 옛날 얘기다. 지난해 그가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실험에 맞서 ‘화염과 분노’의 응징을 다짐했던 건 다른 사람의 행동으로 여겨진다.

압권은 6·12 공동성명이다.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주요 합의사항의 배열 순서가 기존의 북핵 협상들과는 판이하다. 종전에는 비핵화가 먼저 나오고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뒤를 따랐다.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합의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등 모두가 그랬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동성명에서 이 순서를 뒤집어 버렸다. 북미관계를 정상화해 비핵화를 촉진하려는 역발상이다.

당연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북핵 문제는 근원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1년 철수 전까지 많을 때는 남한에 950기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그 후에도 괌 등지에서 30분이면 동원할 수 있는 핵전력으로 북한을 적대시해왔다. 북한은 체제를 보존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면 핵무기가 불필요해져 자연스럽게 비핵화는 실현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핵 협상은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바람에 시행착오를 거듭해왔다. ‘힘이 정의’라는 이념 아래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네오콘이 북핵 협상을 주도해서다. 그런 허송 세월이 25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발상에는 사업가 출신다운 창의성이 엿보인다. 이보다 더 주목되는 점은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마음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완성한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신속히 제재에서 대화로 입장을 선회했다. 제재 위주의 대북 정책은 종국에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남북미 모두 엄청난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실용주의적 면모다. 그의 선택은 지구상 가장 폐쇄적인 북한의 지도자를 국제사회로 불러냈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탈냉전의 물꼬를 텄다.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못한 일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는 한국의 보수 진영과 대조를 이룬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우리가 수구·냉전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면 국민은 점점 더 우리를 외면할 것”이라며 의원들에게 반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말하는 수구·냉전적 사고가 어떤 것인지 모호한 데다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반성 촉구에는 구체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가장 실효적인 군사적 대책”이라며 “남북 간 핵균형을 통해 한반도 핵폐기 협상에 돌입하는 것만이 파국적인 무력분쟁 없이 핵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앞서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시각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면담하며 ‘한미일 자유주의 핵무기 동맹’ 결성을 주장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9월에는 당론으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독자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들의 주장대로 실현되었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남한에 전술핵이 재배치되었다면 남북·북미 대화는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긴장한 북한은 핵무기 증산에 전력을 쏟을 것이고, 남한도 핵피해 위험이 고조되면서 실제 전술핵이 재배치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일본 역시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핵보유 국가로 변신할 테고, 동북아는 세계에서 핵밀집도가 가장 높은 ‘핵지옥’이 될 공산이 크다.

이런 디스토피아가 그들이 바라는 세상인지 묻고 싶다. 그러지 말고 이왕 반성하는 김에 좀더 실질적인 성찰을 해보면 어떨까.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 평화 로드맵’을 본보기로 삼아서 말이다.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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