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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JP와 양지축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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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낭만 정객’으로도 불린다. ‘몽니’ ‘자의 반 타의 반’ ‘유구무언’ ‘춘래불사춘’ 등 이른바 ‘JP판 정치용어’는 이미 일상어가 되었다. JP는 ‘달변가’답게 스스로 명언도 적잖게 만들어냈다. 그중 하나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이다. 국가정보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표어로 널리 알려졌다. 5·16 직후인 1961년 5월 20일 중앙정보부를 창설하고 초대 부장으로 부임하며 이 표어를 지었다. 이 말로 인해 본인이 한국 축구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강호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에 진출하자 청와대에 ‘난리’가 났다. 박정희 대통령은 김형욱 중정부장을 불러 북한을 꺾을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모아 중앙정보부가 직영하는 이른바 ‘축구 부대’가 1967년 1월 창설된다. 골키퍼 이세연, 수비수 김호·김정남, 공격수 이회택 등 당대 최고 선수들로 구성돼 사실상의 대표팀 역할을 한 이 팀의 이름은 JP의 중정 표어에서 따왔다. ‘양지축구단’.

그러나 양지팀은 남북 대결 한 번 못 하고 1970년 멕시코월드컵 진출에도 실패한 채 1970년 3월 해체된다. 축구를 체제 경쟁 도구로 삼은 군사독재 정권의 행태는 잘못이지만, 양지팀은 한국 축구사에 의도치 않았던 전환점이 된다. 국가대표 상비군 체제 도입의 계기가 된 것이다. 양지 선수들이 주력인 1군 청룡팀은 그해 메르데카컵과 킹스컵에 이어 방콕아시안게임까지 우승하며 거침없이 질주한다. 주축들은 선수로서는 실패했지만, 1986년 멕시코(김정남)부터 1990년 이탈리아(이회택) 1994년 미국(김호)까지 3개 대회 연속 월드컵대표팀 감독으로 월드컵 무대의 꿈을 이루기도 한다.
JP와 축구의 인연은 더 있다. 그는 1966년 ‘JP컵 쟁탈 한중일 축구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왜 JP컵이냐?”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자 대회를 없앴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은 5년 후 ‘박스컵’을 창설한다. 이처럼 JP에게 박 대통령은 정치에서건 축구에서건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이 벽이 결국 그를 ‘영원한 2인자’로 남게 한 것 아닌가.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멕시코전을 몇 시간 앞두고 타계한 고인과 축구에 얽힌 짧은 단상이다. 아,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 남침이 있던 그 시각 육군본부 당직자가 바로 정보장교 JP였다는 사실도 기억해 둘 만하다. 68년 전 오늘의 일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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