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헌재법정에 선 ‘양심’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간 내면의 법정 의식이 양심이다. 거기서 자신의 생각들이 서로 고소하든지, 변명하든지 한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양심을 법정에 비유했다. 자신과의 준열한 싸움을 통해 형성된 ‘도덕적 판단력’이 양심이라는 얘기다. 칸트는 양심에 최고의 지위를 부여했다. 그는 ‘도덕철학 강의’에서 양심의 지배를 “인류 최후의 사명”이라 주장하고, 그런 세상을 “지상에 구현된 신의 나라”라고 했다.

   
하지만 양심은 기르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더욱 어렵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삶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들 중에는 반전평화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수차례 감옥과 군대를 드나든 사람도 적잖다. 채의국 안식교회 목사가 그랬다. 그는 1963년부터 6년간 4차례나 감옥살이를 했다. 그리고 출옥 후 5번째로 입대했다. 다행히 “너같이 믿음이 굳은 놈은 처음 봤다”며 집총을 거부한 그를 관용하는 연대장을 만나 별 탈 없이 군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안식교인 최방원 씨는 같은 사유로 1970년대에 장장 7년6개월을 감옥에서 보내기도 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사법처리가 시작된 것은 6·25전쟁 때부터다. 지금까지 약 1만9000명이 처벌을 받았다. 현역 입영 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된 병역법을 어겨서다. 2004년과 2011년 헌법재판소가 3차례에 걸쳐 현행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데 이어 2004년 대법원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며, 양심·사상·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와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도 아랑곳없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양심적 병역 거부 처벌국가로 남았다.

내일 헌재가 병합 심리 중인 병역법 관련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28건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헌재가 단순 위헌으로 판단하면 현재 법원에서 재판 중인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들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종전에는 남북 대립 상황을 중시해 양심의 자유보다 국방의 의무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젠 남북관계가 화해 국면으로 접어든 터라 전향적인 결정이 기대된다. 칸트가 말한 ‘양심이 지배하는 세상’이 우리 현실에서도 펼쳐질 수 있을까?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6·13 선거쟁점 지상토론
기장 해수담수화시설
주목 이 공약
여성 등 소외계층 분야 정책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토지’에서 부산의 문화예술을 떠올리다
기내식과 문어발, 그리고 ‘총수님’의 갑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북항에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지어야 한다면
도심, 걸을 수 있어야 빛나는 곳
기고 [전체보기]
걷기, 100세 건강 지켜줄 최고 처방전 /이용성
부울경 통합관광기구 만들자 /김건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동산 이젠 출구전략을 /민건태
기초의원 자질 키우자 /김봉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워라밸·스라밸, 삶의 균형은 있는가
외교는 전쟁보다 어렵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납세자로서의 유권자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대구 너무 다른 식수대응 /조민희
오 시장, 反徐(반서) 프레임 넘어라 /이선정
도청도설 [전체보기]
생존 수영
영남알프스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작지만 매력 많은 동네책방
설악당 무산 스님의 원적(圓寂)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공직자의 침묵
부산 여당의 과적 운항
박창희 칼럼 [전체보기]
서부산 신도시, 누구를 위한 것인가
高手의 질문법
사설 [전체보기]
부산시대 연 해양과학기술원 세계 ‘빅5’로 도약을
유연성 견지하는 트럼프…북한도 적극 응답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변화의 필요성과 소득주도 성장
고독사 문제의 근원적 해법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공룡 기무사의 월권 불감증
부울경 상생, 신기루가 안 되려면
특별기고 [전체보기]
갑질과 배려- 6년간의 부산상의 회장직을 떠나며 /조성제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