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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헌재법정에 선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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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법정 의식이 양심이다. 거기서 자신의 생각들이 서로 고소하든지, 변명하든지 한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양심을 법정에 비유했다. 자신과의 준열한 싸움을 통해 형성된 ‘도덕적 판단력’이 양심이라는 얘기다. 칸트는 양심에 최고의 지위를 부여했다. 그는 ‘도덕철학 강의’에서 양심의 지배를 “인류 최후의 사명”이라 주장하고, 그런 세상을 “지상에 구현된 신의 나라”라고 했다.

   
하지만 양심은 기르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더욱 어렵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삶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들 중에는 반전평화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수차례 감옥과 군대를 드나든 사람도 적잖다. 채의국 안식교회 목사가 그랬다. 그는 1963년부터 6년간 4차례나 감옥살이를 했다. 그리고 출옥 후 5번째로 입대했다. 다행히 “너같이 믿음이 굳은 놈은 처음 봤다”며 집총을 거부한 그를 관용하는 연대장을 만나 별 탈 없이 군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안식교인 최방원 씨는 같은 사유로 1970년대에 장장 7년6개월을 감옥에서 보내기도 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사법처리가 시작된 것은 6·25전쟁 때부터다. 지금까지 약 1만9000명이 처벌을 받았다. 현역 입영 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된 병역법을 어겨서다. 2004년과 2011년 헌법재판소가 3차례에 걸쳐 현행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데 이어 2004년 대법원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며, 양심·사상·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와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도 아랑곳없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양심적 병역 거부 처벌국가로 남았다.
내일 헌재가 병합 심리 중인 병역법 관련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28건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헌재가 단순 위헌으로 판단하면 현재 법원에서 재판 중인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들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종전에는 남북 대립 상황을 중시해 양심의 자유보다 국방의 의무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젠 남북관계가 화해 국면으로 접어든 터라 전향적인 결정이 기대된다. 칸트가 말한 ‘양심이 지배하는 세상’이 우리 현실에서도 펼쳐질 수 있을까?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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