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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할리데이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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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객’ 김광석(1996년 1월 6일 작고)은 1995년 8월 11일 서울 대학로의 학전 소극장에서 1000회 기념 콘서트를 연다. ‘서른 즈음’을 이제 막 통과 중이던 ‘가객’은 공연 도중 관객들에게 대뜸 묻는다. “여러분은 나이 마흔에 뭘 하고 싶으세요?” “저는 세계여행을 하고 싶어요. 멋진 오토바이 타고, 가죽옷에 부츠까지 신고. 금발의 멋진 유럽 아가씨 있으면 태우고…. 캬, 할리데이비슨.”

   
그는 비록 ‘마흔 즈음’ 이루겠다던 꿈까지 접고 일찍 떠났지만, 이 말 한마디로 이 땅의 수많은 남자들 가슴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나도 마흔 살이 되면 할리데이비슨 라이더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이른바 ‘나이 마흔의 버킷 리스트’. 왜 하필 마흔일까? 대당 3000만~5000만 원이라는 만만찮은 가격 때문일까.
어쨌든 할리데이비슨을 향한 ‘남자의 로망’이 단순히 가수 한 사람의 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김광석 본인부터 이미 그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무엇이란 아마도 ‘일탈과 자유에의 열망’이 아니었을까. 1903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작은 마을에서 출발한 할리데이비슨은 1960, 70년대 히피·청년문화와 자유 의지의 상징으로 부상한다. 그런 이미지를 확산한 매개체는 할리우드 영화였다. 일찍이 ‘이유없는 반항(1955년)’에서 제임스 딘이 애리조나 사막을 질주하는 장면을 본 세계의 젊은이들은 데니스 호퍼, 피터 폰다 주연의 ‘이지 라이더(1969년)’에서 마침내 할리데이비슨을 일탈과 자유, 반항의 상징이자 미국 문화의 중요 아이콘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에 ‘터미네이터 2(1991년)’에서 펫보이 모델을 탄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모습은 남성적 강인함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했다. 이런 상징성이 갑갑한 일상과 현실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남자들의 로망으로 자리잡게 한 요인이 아닐까.

클래식한 디자인에 대형 엔진이 뿜어내는 특유의 ‘말 발굽 배기음’을 더한, 감성적 멋까지 갖춘 미국 문화의 자존심 할리데이비슨. 이 미국 고유 기업이 창사 115년 만에 일부 공장을 국외 이전키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자 EU가 미국산 할리데이비슨에 보복 관세(31%)를 매겼기 때문이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미국 내 일자리를 줄이는 자충수가 된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미국산!”이라던, 할리데이비슨에 대한 남자의 로망까지 줄이지 않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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