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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내일 봅시다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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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01 19:05:3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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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연구 결과 인간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제일 좋아하는 사람과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함께할 때’라고 한다. 의외로 별것 아니구나 싶지만 사실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 미소 짓게 된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함께할 때라니.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반대로 인간의 가장 불행한 순간은 언제일까. 이것 또한 별것 아니다. 바로 ‘싫어하는 사람과 무언가를 할 때’다. 불행은 행복만큼 구체적이지 않아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굳이 하기 싫은 일까지 안 해도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라는 사실 하나로 충분히 불행해진다. 평소에는 괜찮던 일이었어도 싫어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이유를 막론하고 행복은 저만치 달아나버린다. 아주 쉬운 예로 ‘싫어하는 상사와 밥 먹기’가 있겠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다 애꿎은 상상력을 발휘해 그런데도 불행해지는 경우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몇 시간 뒤에는 군부대로 복귀해야 한다면? 저녁때까지 해야 하는 숙제가 산더미라면? 내일부터 정말 싫은 일을 해야 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일이 걱정이면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과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지언정 행복하다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순간순간 근심이 행복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 닥치게 될 일을 완전히 무시하고 행복을 논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행복 조건에서의 곁점은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일’ 혹은 ‘함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때’, 즉 ‘그 순간’에도 있는 것이다. 현재를 즐기고 지금의 행복을 만끽하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뇌는 현재의 순간보다 다음 순간, 즉 내일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 길들어 있다.

자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의 개념이 없다. 모든 유기체는 현재를 살고 필요에 따라 과거를 기억한다. 인간만이 지난날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앞날을 생각해 내일을 걱정할 수 있는 건 인간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유일하게 인간만이 갖춘 재주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는 인간의 숙명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만성적으로 불안하고 수시로 불행하다. 인간 삶의 중심이 ‘내일’이 되고부터 벌어진 사태다.

시간이 예상보다 빠르거나 기대하는 것보다 느리다고 느낄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불확실한 미래는 더욱 빠르게 닥친다. 세월은 지체가 없다. 현재에 주어진 상황과 미래에 주어진 상황을 제시했을 때,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느껴지는가를 실험한 심리학 연구가 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끼는 상황은 두 가지 경우에 해당했다. 현재에 비해 미래의 상황이 더 안 좋아진다고 전제하는 경우이거나 괜찮은 현재가 미래시점까지 그대로 현상 유지만 되는 경우다. 내일은 지금보다 돈이 없고, 환경이 열악해지고, 감당해야 하는 일이 더 많을수록 미래는 순식간에 온다. 불행한 미래의 예측은 시간을 재촉하는 화근이 되는 것이다. 또한 지금 이대로가 그나마 참을 만한데, 이 상황이 더 나아지거나 더 나빠질 것 없어도 미래는 빠르게 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벌써 반년이 지나 올 한 해도 다 가버린 느낌이 든다면 현재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서다. 내일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지 지 모른다고 걱정하거나 그나마 괜찮은 지금 상황이 계속해서 지속되길 바라는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날과 지금이 아쉽고, 지금보다 낡은 내일만 그리는 사람의 세월은 나날이 빠르게만 흘러버린다.

미래를 상상할 줄 아는 인류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해 이를 실현해낼 줄도 알았다. 불확실한 시간을 버텨내는 힘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에서 온다. 낙관적인 미래는 계획대로 실천해 나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우리는 그간 많은 일을 해냈고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낼 것이다. 미래를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하는 대로 만들어 가고 있다. 만들어가는 미래, 이것이야말로 진짜 내일 아닐까. 프랑스 철학자 다니엘 S. 밀로는 호모 사피엔스를 오늘의 인간으로 만든 힘은 불의 발견도, 언어도, 섹스도 아닌 “내일 보자!”라는 인사였다고 주장한다. 당신이 만들어갈 내일에 우리가 있고, 내일을 반드시 함께 만든다면, “내일 봅시다”는 앞으로도 더없이 깊고 따뜻한 인사가 될 것이다.

인지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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