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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환호, 부메랑, 그런데 시민은? /고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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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02 19:15:5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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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선출된 단체장들과 의원들이 취임식을 마친 시기에 웬 철 지난 선거 얘기냐고 타박해도 어쩔 수 없다. 6·13지방선거가 끝난 지 20일이 됐지만 너무 소홀하게 취급된 절실한 문제가 있으니까.

이번 지방선거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민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적폐 청산과 사회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을 외면하고 끝끝내 몽니를 부리던 정치집단은 참사라고 할 정도의 패배를 맛보아야 했고, 그 반사이익과 대통령의 고군분투에 힘입어 민주당은 전국에서 찬란한 승리를 거뒀다. 여러 선거에서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던 부산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민심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또렷이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또 부산시민은 진정 승리한 걸까? 수구 정치집단의 몰락과 여권의 압승이란 전체 판세는 분명 시민의 승리다. 하지만 시민의 편에서 지방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회 구성에선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전국적으로도 국민이 각 정당에 보낸 지지율과 의석비율이 현격히 불일치를 보이지만, 부산의 경우는 더 심하다. 모두가 아는 대로 광역의원 47명 중 41명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비율로는 87%에 달한다. 자유한국당은 겨우 6석을 얻어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산시민들은 정말 그렇게 표를 줬을까? 아니다! 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은 48.8%로 과반에 이르지 못했고 자유한국당은 36.7%의 지지를 받았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5% 이상의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 득표율대로라면 민주당은 23석, 자유한국당은 17을 차지하는 것이 맞고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각 3,4석을 배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58%의 득표율로 45석을 휩쓸어 무려 96%를 차지했고 민주당은 33%의 표를 받고도 비례에서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의석을 독점한 정당만 바뀌었을 뿐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의석 배분은 그대로인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독점적 지위에 잡착하다 부메랑을 맞은 꼴이다.
심각한 민의 왜곡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박근혜 정권과 자유한국당이 보여 온 그간의 작태를 생각하면 저 정도의 의석도 과분하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을 것이고 최근 탈당한 김종한 의원 외에도 추가 탈당이 생겨 원내 교섭단체도 못 이루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보았다. 하지만 적폐세력에 대한 응징은 부산시장직과 대부분의 구청장직을 박탈한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옳다. 의회가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 우리 부산시민들은 지난 20년간 신물 나게 경험해 왔다. 시장과 같은 당으로 치우치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거수기에 불과한 대다수 의원은 시민들은 안중에 없고 중앙당과 지역구 국회의원들 눈치만 보며 개인의 정치적 앞가림에 여념이 없다. 요즈음 자유한국당에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리영희 선생의 말을 자주 인용하는 블랙코미디가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가 민주체제 속에 사는 한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에게도 건전한 비판과 견제는 언제나 필요하다.

이런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의 폐해는 어제오늘 지적되어 온 게 아니다. 하지만 그 나쁜 제도의 수혜자였던 양대 정당이 기득권에 안주하여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힘없는 국민만 피해를 입어온 것이다.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한다. 더 이상 좋은 기회는 없다! 이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 공정한 규칙 속에서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가능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소수정당들도 지지받은 만큼의 의석을 갖고 참신한 정책으로 의정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양당이 독점하여 구태의연한 정쟁만 일삼는 고질적인 후진적 정치문화를 벗어날 수 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서구 선진국에서 광범하게 사용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만 하면 된다. 비례 의석수를 전체의 1/3이 되도록 조정하고 의석배분 방식만 바꾸면 현행 투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유권자가 혼란을 겪을 일도 없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정책경쟁, 견제와 협력이 어우러지는 부산시 의회가 충분히 가능하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머지않아 오만해지고 부패한다’는 역사의 가르침을 다시 되새겨야 하며, 바로 지금 우리 시민들이 그 배움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정치개혁부산행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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