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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골키퍼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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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은 수프의 소금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통산 득점 2위(268골)에 빛나는 클라우스 피셔(69)가 한 말이다. 골의 의미를 이보다 맛깔나게 비유한 이도 흔치 않다. 골이 축구의 백미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무조건 많이 터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흔할수록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 ‘축구 황제’ 펠레는 “한 골 차, 특히 3-2가 가장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 유명한 ‘펠레 스코어’라는 용어가 생겼고, 축구팬들도 3-2 또는 4-3 경기를 최고로 꼽는다.

   
실제로 축구에서는 골이 드물다. 분데스리가 통계를 보면 1963/64 시즌부터 2004/05 시즌까지 1만2794경기에서 3만9848골이 터졌다. 경기당 평균 3.11골. 2002 한일월드컵 예선에서 호주가 서사모아를 31-0으로 누르는 등 예외도 있지만, 손을 사용하는 농구 핸드볼에 비해선 턱없이 적다. 골이 흔치않다는 점이야말로 축구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희소성과 갈망은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골이 잘 안 들어가는 것은 발로 하는 종목인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골키퍼 때문이다. 유일하게 손으로 볼을 만질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골키퍼라는 포지션은 1871년 도입됐다. 이후 골키퍼는 팀의 패배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됐다. 그러나 단 한 번만 실수해도 ‘역적’이 되고마는 ‘가혹한 운명’으로 인해 ‘영웅’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세계 축구사에서 골키퍼로서 영웅 대접을 받는 이는 2018 러시아월드컵 공식포스터를 장식한 레프 이바노비치 야신(1929~1990)이 거의 유일하다.
이번 월드컵은 ‘야신의 나라’에서 열린다는 이유로 골키퍼의 급부상이 예상됐다. 뚜껑을 여니 실제로 골키퍼들이 펄펄 난다. 한국의 조현우가 깜짝 스타로 떠오르더니, 어제 새벽 16강 두 경기는 절정에 달했다. 크로아티아의 다니옐 수바시치와 덴마크의 카스페르 슈마이켈은 승부차기에서 각각 3명, 2명의 슛을 막으며 세계 축구팬을 매료시켰다. 러시아의 이고르 아킨페프는 ‘야신의 후예’임을 증명하려는 듯 승부차기에서 스페인 키커 2명의 슛을 막고 8강행을 이끌었다. “잘해 봐야 패배를 면할 수 있을 뿐”이라는 골키퍼도 토너먼트에서는 승리의 견인차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건강만 허락했다면 작가보다 골키퍼가 됐을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매력을 알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는 한때 알제리대학 축구팀 골키퍼로 맹활약하며 프로선수를 꿈꿨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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